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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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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제학의 한 분야에 「선형 계획」이라는 것이 있다. 「리니어·프로그래밍」 (Linear Programming) 혹은 「액티비티·어낼리시스」 (Activity Analysis)라고도 한다. 후자의 경우, 우리말로는 「활동 분석」이라고 번역한다.
가령 어떤 기업이 생산 계획을 세울 때 당연히 직면하는 문제가 있다.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상품 단위 당 생산 요소를 어떻게 배분하며, 또 각 상품의 가장 적절한 생산량은 얼마일까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이런 문제도 있다. 국제 무역에 있어서 생산비의 비교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경제학에선 그것을 「비교 생산비론」이라고 한다. 흔히 상품의 생산비가 제일 먼저 당면하는 문제로는 각 지역에 그 상품들을 어떻게 최소의 비용으로 수송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밖에도 경제 계획을 추진할 때, 갖가지의 제약조건 아래서 최적의 투자 계획을 수립하는 문제 등은 오늘의 경제학이 짊어진 무거운 과제들이다.
이른바 「선형 계획」이란 현대 경제학의 이런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들에 하나의 열쇠를 제시하는 이론이 되고 있다. 제2차 대전 이후 빛을 보기 시작한 「선형 경제학」 (Linear Economics) 가운데서도 「선형 계획」은 가장 뒤늦게 등장한 분야다. 1947년 수학자 「G·B·단치히」가 군사 전략의 필요에서 그 계산 기술을 고안한 이래 보급되었다.
금년 「노벨」 경제학 공동 수상자의 한 사람인 미국의 「쿠프만스」교수는 바로 그 「선형 계획」의 방법을 「활동 분석」이라는 명칭으로 경제 문제에 적용한 대표적인 학자다. 말하자면 경제 이론에 신천지를 개척한 학자다.
한가지 흥미 있는 것은 미국과는 그 경제 체제가 180도로 판이한 소련의 경제학자가 공동수상자로 지명된 사실이다.
「찰링·쿠프만스」와는 대조적으로 그 이름은 우리의 귀엔 생소한 「레오니드·칸트로비치」 이들은 모두 60대의 중반에 접어든 노학자라는 것 말고도, 『자원의 적정 배분』에 기여한 경로로 공통점이 인정된 것 같다. 희소 자원의 적절한 배분 문제는 오늘날 한 나라 안에서 뿐 아니라, 국가간에도 중대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미 자원의 고갈, 또는 편재는 인류의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는 인류학자들의 심각한 경고도 있었다. 「스탈린」상, 또는 「레닌」상의 수상자로 그 나라에선 명망이 있는 듯한 「칸트로비치」는 벌써 10년 전에 소련의 엄격한 통제 경제의 완화를 요구하는 등 비판자의 입장에 서서 정부의 미움을 샀다고 한다. 그는 더구나 이익과 보상이 따르는 이른바 자본주의적 생산 방법 등을 주장하는 개혁론자이기도 하다.
이들 두 학자는 지난 10년 동안 몇 차례의 교환으로 학문적인 해후를 한일도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이들의 「노벨」상 수상은 오늘의 경제학이 짊어지고 있는 과제가 무엇인지를 암시해주는 구실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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