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설 땅으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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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옥선 의원의 자진 사퇴서가 의결된 13일 국회 신민당 총재실에서 열린 신민당 정무회의에서는 총재를 비롯한 당직자들의 인책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일부는 소속 의원 전원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주장, 신민당 의원의 당직 사퇴론도 나왔다.
다음은 정무회의에서 오고간 의원들의 발언 요지.
▲정일형 의원=당장 의총을 열어 지난 8일의 의총 결의대로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이 설 땅이 없다.
▲김원만 의원=총 사퇴는 말이 안 된다. 냉철하게 이성을 되찾아 대책을 강구해야 하며 당의 입장을 밝히는 성명을 내도록 하자.
▲이기택 의원=당장 의총을 열어 진로를 결정하자.
▲김현기 의원= 앞으로 김옥선 의원에게 다가올지 모를 재난을 구제하기 위해서도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박한상 의원=김옥선 의원의 발언은 사전에 원고를 검열 안 했을 뿐이지 당을 대표하여 말한 것과 같다. 당과 무관한 것처럼 말하는 언동은 말이 안되며 「관제」란 부분에 말꼬리를 잡혔다.
▲정운갑 의원=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므로 성명이나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
▲송원영 의원=이번 사태의 성격을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김 의원은 신민당과 소속의원들의 입장을 살리기 위해 용퇴했다.
이번 일에 관해 여당이 대화를 기피한 것은 전통 야당을 부인한 것으로 보고 여러 가지로 생각 할 때가 왔다.
김 의원 사퇴로 총재를 비롯, 의원 전원이 수모를 당했으므로 당은 의연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민우 의원=성명이나 말로 정치해서는 안된다. 김 의원이 당을 대표하여 발언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은 앞으로 우리 당에 심상치 않은 조짐을 주는 것이다.
총재가 김 의원과 함께 총재직과 의원직을 사퇴했더라면 사태는 쉽게 풀렸을 것이다.
▲김원만 의원=초상난 집과 같다. 계속 왈가왈부하면 신민당은 두번 망신 당한다. 냉정을 되찾은 후 회의를 갖자.
▲이충환 의원=의원 전원이 매를 맞은 것이니 이 순간 가만히 있는 것이 좋겠다.
▲이철승 부의장=김 의원 개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당의 문제이며 공동으로 슬퍼하고 불행으로 알아야 한다. 이 사태는 총재가 혼자 책임질 일이 아니고 당 간부 모두가 책임질 일이다. 원칙 없는 당 운영을 계속하는 한 앞으로 제2, 제3의 김 의원 사태가 빚어질 것이다.
▲김수한 의원=책임을 논한다면 당직자 전원이 사표를 내자.
▲김은하 의원=당직자 사퇴로 비약할 때가 아니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국민에게 밝힐 때다.
▲정해영 의원=솔직히 말해 발언은 지나쳤지만 이럴 수 있느냐. 국가적인 면에서 국내외적으로 큰 손실이다.
야당도 없어졌다. 야당이 사는 길이 무엇인지를 총재가 확고한 소신을 밝혀라.
▲정일형 의원=소속 의원 전원이 사퇴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자. 당장 국회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김영삼 총재=김 의원이 희생되지 않도록 심혈을 다 기울였는데도 정부·여당은 이 사태만은 안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나 자신도 총재직과 의원직 사퇴 문제를 두고 고심했으나 나의 사퇴로 많은 의원들의 사퇴가 뒤따를 것은 물론 많은 희생을 낼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 심사숙고하여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택한 결과가 결국 이와 같이 불행한 사태를 몰고 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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