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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책 기조 재편 불가피|경기 침체 장기화·원유 값 인상 등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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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적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원유가의 10% 인상으로 한국의 성장 및 물가 안정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장기 개발 전략을 비롯한 경제 정책 기조의 근본적인 재편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세계 경기 전망은 당초 생각보다 훨씬 비관적이 되고 있으며 한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인 미국·일본 등도 최근에 들어 성장 전망을 상반기 보다 하향 수정하고 있어 하반기에 세계경제가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 76년 예산 및 성장·물가 목표를 설정한 경제 정책 방향의 수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상반기만해도 금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약간 호전되어 상반기의 「마이너스」 성장을 「커버」하고도 「제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경기 침체가 의외로 장기화되어 최근 전망으로선 금년 중에 미국이 「마이너스」 4%, 서독이 「마이너스」 2·8%, 일본이 1·5%, OECD 평균이 「마이너스」 2·3%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으며 이런 예상도 시일이 감에 따라 더욱 비관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 속에서 한국만이 76년 중에 연 12%의 물가안정과 8%의 높은 성장, 27%의 수출 증가 (76년 수출 목표 68억 「달러」, 75년 예상 52억「달러」)를 목표로 설정, 경제 정책 방향을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잡고 있어 이를 강행하는 경우 「인플레」만 가속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계 경제의 긴박한 여건 속에서 세계 각국은 경제 정책면에서 재정·금융의 강력한 긴축 등 비상 체제를 굳히고 있으나 한국은 재정·조세·금융의 팽창 등 어려운 세계 경제 여건을 무시한 무리한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75년 예산에선 양곡 기금 등에서 무려 2천억원에 가까운 적자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으로 인한 조세 증수분을 2천9백49억원의 추경으로 다시 풀기로 했으며 76년 예산은 75 년 보다 무려 58%, 내국세는 44%나 팽창시켜 「인플레」지향적인 정책을 계속 답습하고 있다.
또 금융면에서도 국내 여신이 9월 말 현재 연율로 45·9%나 늘어 재정·금융 면의 총 수요 억제책이 헛 구호로만 그친 느낌이다. 76년 예산 규모의 팽창과 차입금 증대 등 「인플레」 요인의 증대는 원유가 인상으로 인한 「코스트·푸쉬」 요인과 상승 작용을 하여 내년 물가를 크게 자극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물가 안정의 바탕은 무시한 채 가격 상승에 대해선 행정 규제만 강행하는 등 물가정책은 현실을 무시하여 집행되고 있어 보다 종합적인 안정 대책이 촉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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