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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화단에 「리얼리즘」복고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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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수년동안 미국의 미술계를 지배해 오던 「모던·아트」의 열풍이 한물가자 최근엔 「리얼리즘」이 다시 미 화랑가를 휩쓸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의 미술애호가들이 유명한 미술관에 가면 『「이상야릇」한 「모던·아트」』라고 느껴지는 이해 곤란한 추상과 전위작품을 대하기가 있쑤였다. 그런데도 이들이「모던·아트」에 대한 느낌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고 이해를 가장 했던 것은 권위 있는 평론가들이 이를 뒷받침했었기 때문이다. 자칫 비평을 하다가는 『예술적 감각이 없다』거나 『무식하다』는 평을 듣기가 쉬웠다. 잘 모르는 그림 앞에서도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일이 보통일 정도로. 그러나 최근엔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물론 미술의 문외한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인물·풍경 등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특히 미 독립 2백년제의 바람을 타고 초창기 미 화단의 사실적인 그림의 회현전이 줄을 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미술계의 영향권을 벗어나 미 독자적인 화풍을 모색하려는 일종의 복고운동으로도 풀이된다. 「우리는 이제 우리자신의 문화에 대한 일종의 열등의식을 벗어나고 있다. 「유럽」의 경향과 관계없이 예술가와 관객이 호흡을 함께 하고있으며 「현대적」이란 말에 위축되지 않고 대중이 자기들의 취향에 맞는 그림들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뉴요크」의 「케네디·갤러리」관장이며 평론가인「풀라이히먼」씨의 말이다.
미 건국 초기, 대표적인 화가들의 그림은 날개 돋친 듯 경매되고, 「존·싱글튼·코플리」「토머스·이킨즈」「원슬로·호머」등의 그림은 1백만「달러」에 팔리기도.
옛 서부의 정경을 묘사한 그림들도 인기의「르네상스」를 맞아 「아메리컨·리얼리즘」의 전문 미술관으로 알려진 몇몇 미술관과 박물관은 연20만명 이상이 몰려들어 개관 시간을 연장해야만 했다.
이러한 「붐」은 「포토·리얼리스트」라는 새로운 유파를 탄생시켜 일상적인 장면을 사진처럼 묘사 해내는 수법이 유행하게되고 이를 둘러싼 「창조성」여부의 논쟁도 활발.
그런데 문화 사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리얼리즘」의 이와 같은 급격한 부활은 무질서와 가치관 혼란의 이 시대에 미국인들의 의식에 깃들고 있는 구세대의 솔직 간명함이나 소박하고 건전한 가치관에 대한 향연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반해 미술가들은 『주체적인 예술인식과 그 표현』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우리가 「마르크·로드코」(추상표현주의 작가)의 그림을 사들일 때마다 요즘은 상당한 비난과 불편을 감수해야한다.
그럴 때 나는 그 작가의 직계 후손을 위해 그림을 사서 보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60년 전만 해도 「모네」나 「피카소」그림을 사들일 땐 요즘과 같은 수난을 겪었을 것이다』고 한 미술관장이 말한다.
아뭏든 미국에서의 「이해할 수 있는 그린」의「리바이벌·붐」이 세계 화단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미「월드 지포트」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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