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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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강주(이강주)를 비롯한 몇가지 과실주를 담아온지 15년의 연륜을 가진 정명숙여사(작가 조흔파씨 부인)는 우선 그 소재부터 소개한다. 「요즘은 과실의 빛깔·생긴 모양만 봐도 술맛까지를 점칠수 있게 되었어요. 이강주를 담을 배는 무엇보다도 물이 많고 단 것이라야 해요. 울퉁불퉁 못생긴 것이 오히려 맛은 좋아요. 빛깔이 노랗고 윤기가 나는 것이 잘익은 것이고, 그런 배로 담은 술이라야 제맛이 나요.』 싱싱한 배는 껍질을 벗겨 강판에 갈아 즙을 낸다. 생강도 말끔히 씻어 함께 간다. 여기에 소주를 붓고 계피를 통째로 띄우고 설탕을 넣는다. 재료비율은 소주1되에 배중간치 5개, 생강(굵은 것) 5쪽, 통계피 1쪽 정도면 가장 마시기 좋은 농도의 술이 된다. 『항아리에 밀봉하여 서늘한 곳에서 한달이면 맛이 들어요. 배의 향기와 계피·생강맛이 한데 어우러져 노란빛깔의 말할수 없이 부드럽고 향기 높은 술이 됩니다. 마시기 전날 배 주머니에 건더기째 담아 한방울씩 떨어지도록 해서 걸러 마시면 더욱 좋지요.』 한여름에는 얼음 띄운 꿀물에 이강주를 3,4방울 떨어뜨려 마시면 더할수 없이 상쾌한 「주스」가 된다. 『이강주 담는 솜씨는 친정아버님에게서 익힌 것이예요. 술 좋아하는 사위에게 담아주라는 배려에서였어요.』 그래서 정여사는 한해도 거르지 않고 있다.
이강주는 원래 배의 산지로도 이름난 전주지방의 토속주. 배를 갈 도구가 마땅치 않았던 옛적에는 기왓장에 배를 갈아 즙을 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요즈음은 비만증 걱정에 설탕대신 꿀을 사용하는데 당분을 전혀 넣지 않은 배의 단맛만으로도 충분히 감미로운 술이 돼요. 육류를 포식한 뒤에 한잔하면 소화에 아주 좋더군요.』 배(이)는 장미과에 속하는 「알칼리」성 식품. 배가 함유하고 있는 석세포는 위장을 자극, 변비와 이뇨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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