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기 수색 총체적 무능 … 말레이시아 57년 집권당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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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의 실종이 ‘(납치범 혹은 조종사에 의한) 의도적 항로 이탈’로 가닥을 잡으면서 말레이시아 당국의 사건 대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발생 초기 정보 공유부터 수색·수사까지 무능·부실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중국은 물론 기체 수색 전면에 나서고 있는 미국도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 ‘디스 위크’에 출연한 하원 반테러 정보소위원회 의장인 피터 킹(공화) 의원은 조종사 2명에 대한 자택 수색이 전날에야 이뤄진 것을 지적하며 “조사 초기부터 이들(조종사)에게 초점이 맞춰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조종사의 최종 교신인 “알았다. 굿나잇”이 여객기 운항정보교신시스템(ACARS)과 무선식별장치(transponder)가 차례로 차단되는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이날 밝혀졌다. 이 마지막 말은 부기장인 파리크 압둘 하밋(27)이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레이시아항공의 아마드 자우하리 야햐 최고경영자(CEO)가 17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미 정보당국은 부기장이 여객기 납치를 주도하거나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객기가 말레이시아 반도를 가로질러 비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말레이시아 공군의 기강 해이도 도마에 올랐다. 영국의 항공보안 전문가 크리스 예이츠는 AP통신에 “미확인 비행체가 영토를 가로지르는데 팔짱 끼고 있었다는 것이냐”며 “그들(공군)이 (레이더를) 안 보고 있었단 뜻”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객기 사건이 장기화할수록 말레이시아 정치권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현지 언론이 이례적으로 집권 여당인 연합 국민전선(BN)과 나집 라작 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을 조명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1957년 말라야 연방이 영국에서 독립한 이래 57년간 장기 집권해 온 국민전선은 주요 미디어를 관변화하면서 여론을 통제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사용 인구가 늘고 독립 미디어가 생겨나면서 이 같은 장기 집권에 적신호가 오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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