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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와「부메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부메랑」(boomerang)이라는 것이 있다. 호주나「뉴기니」의 원주민들이 수렵에 사용하는 목재 무기. 50cm정도의 길이에 반달(반월)모양을 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의 완구점에도 이와 비슷한「플라스틱」제의 장난감이 나와 있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이것을 힘껏 던지면 바람을 자르듯이 날아가지만, 어느 만큼 가다가는 홱 돌아서 다시 돌아온다. 「뉴기니」토인의 솜씨로는 무려 그 거리가 1백50m나 된다고 한다.
근착 영국 주간지「이코노미스트」는「오일·쇼크」2주년을 맞아『세계경제, 어떻게 달라졌나』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이 기사를 읽어보면 언뜻 그「부메랑」을 연상하게 된다.
바로 2년 전 산유국들에 의해「오일·쇼크」가 일어났을 때, 세계는 삽시간에 흔들흔들하는 느낌이었다. 유수 국의 기라성 같은 지도자들이 무릎을 끓고 너부죽이 엎드려 대령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외국신문의 만화도 생각난다.「사우디아라비아」의「파이잘」왕이 한 말씀하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산유국「그룹」인 OPEC제국의 형편을 보면,「아이러니컬」하게도「부메랑」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이들의 실질 수입은「오일·쇼크」직후에 비해 무려 4분의1 이하로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이들에게 석유는 정치무기도, 그렇다고 경제무기도 아니었던 것 같다.
석유수입 국들은 원유가 인상에 따른 적자를 메우기 위해 각종 공산품들의 가격을 대폭으로 인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유국들은 바로 그 인상된 공산품들을 가지고 공업화계획을 추진하게 되었다. 산유국들은「오일·머니」홍수를 만났지만「밸런스·쉬트」상으로는 오히려「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요즘「빈」에서 열리고 있는 OPEC각료회의에서도 이런 문제가 심각히 논의되고 있는 것 같다. 공산품가격의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나라는 이란·이라크·베네쉘라 등. 그 가운데서도「이란」같은 나라는 선진제국의 공산품 가 등귀율에 따라 원유가도 무려 30%이상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해 온건한 입장에 있는「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나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세계의 석유파동은 스스로 그 한계를 보여준 셈이다.
산유국으로서는 석유무기의 성능이「자원 적 가치」만으로는 1백%발휘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다른 한편 국제석유독점자본「그룹」은 그들대로 산유국 세에 밀려 전횡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오일·쇼크」의 시말서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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