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과일술(3)|머루주|박병숙 여사(꽃꽂이 연구가)|명인들의 술 담는 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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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0년의 가양 솜씨면 대단한 수준이다. 박병숙여사 (52·꽃꽂이연구가·실업가 장병찬씨 부인) 는 이미 담아놓은 갖가지 과실주들하며 격조 있는 집기들에 둘러싸여 얘기를 시작한다 .이른봄의 진달래꽃잎에서 비롯해 딸기·포도·머루·유자, 늦서리가 내릴 때 나는 모과 등 박여사는 어느 한철도 놓치지 않고 과일주를 담는다고 한다.
『그 중에도 가장 맛이 좋고 운치가 있는 것은 머루주예요. 처음에는 저혈증·빈혈증에 좋다고 해서 담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그 아름다운 꽃다홍 빛깔과 맛에 반해 가을이면 빼놓지 않고 담고 있어요.』 처음 머루주를 담기 시작했을 때는 서울 장안에서는 좀처럼 머루를 구하기가 힘이 들어 가을이면 시골사람들에게 특별히 부탁을 해서 머루를 구입하곤 했다.
『요즈음은 서울의 경동시장이나 남대문 시장에서 쉽게 살수 있어서 여간 편리하지 않아요. 추석즈음한 이때가 한창철이지요.』
머루의 경우는 1kg에 설탕 4백g, 소주1·8ℓ (큰병)의 비율로 버무린다.
『오지 항아리에 머루 한 켜, 탕랑 한 켜를 번갈아 반복한 후 위에 소주를 붓고 창호지를 몇 겹 접어 밀봉을 해서 서늘한 곳에 한달 쯤 두면 먹을 수 있어요.』 술이 맛이 들면 찌꺼기를 건져 낸다. 때로는 그 찌꺼기가 아까와 다시 한번 소주를 부어도 첫 번째보다는 못하지만 마실 만 하다.
한때는 양조장을 하는 친지에게 극성스럽게 부탁을 해서 순곡 소주를 썼는데 요즈음은 그런 술을 구할 엄두도 못내고 시중의 합성 소주를 사용한다.
『얼음설탕을 쓰면 술이 아주 맑아요.』 하지만 당분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사람을 위해서는 포도당이나 꿀을 설탕대신 사용해도 좋다.
술의 경우도 자연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한결 격조도 있고 따듯한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고.『달콤하고 빛깔도 예뻐 친구들과 자주 마셨는데 이제는 한잔만 해도 핑돌아요. 주로 얼음물에 타서 「주스」로 마셔요.』모든 것이 다 『나이 탓』인 듯 하다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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