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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운명의 날 … 푸틴 “투표는 합법, 주민 선택 존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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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6일(현지시간)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합병을 결정짓는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친러파인 세르게이 악쇼노프 자치공화국 총리(왼쪽)도 투표를 위해 심페로폴의 한 투표소를 찾았다. 사진은 총리에게 접근하려던 한 청년을 경호원이 저지하는 모습. 우크라이나 국기를 든 이 청년은 주민투표에 대해 항의를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심페로폴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크림자치공화국 주민투표는 합법이라고 밝혔다.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합병을 결정 짓는 주민투표가 실시된 16일 푸틴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크림 주민의 투표는 국제법의 규범에 부합하며 러시아는 크림 주민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4일 러시아 매체와의 기자회견에서 “크림반도 합병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과 달라 주목된다. 푸틴은 또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에서 중앙정부의 묵인 아래 급진세력들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전국적 차원에서 헌법 개혁에 착수해 사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고자 케리 장관과 협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크림자치공화국 전체 주민 200만 명 중 투표권을 가진 150만 명을 대상으로 한 투표의 최종 결과는 17일 나올 예정이다. 투표의 문항 자체가 ‘러시아 합병’과 ‘독립’ 여부만 묻는 데다 여론조사에서 주민 80% 이상이 합병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 결과엔 이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표 결과는 크림자치공화국의 지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사태에 또 다른 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투표 결과를 등에 업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본토’까지 손에 넣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실제 투표 하루 전인 15일 밤 러시아는 크림자치공화국 국경 바깥에 있는 우크라이나 마을에 병력을 투입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 공수부대원 60명이 전투용 헬리콥터 6대와 장갑차 3대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남쪽 지역 헤르손의 해안가 마을 스트렐코보예에 침투했다. 일련의 사태 이후 러시아군이 크림반도가 아닌 우크라이나 영토를 급습한 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를 ‘군사적 침략’으로 규정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했다.

 헤르손 지역은 크림자치공화국에 공급되는 전기와 식수 설비가 있는 지역이다. 또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육상으로 운송하는 가스공급기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군 투입은 “(설비들을) 테러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우크라이나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보호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러시아군을 격퇴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 머물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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