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돌, 운석 맞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는 16일 지난 9일 밤 진주에 떨어진 암석 두 덩어리가 운석인 것으로 공식 확인했다. 사진은 경남 진주시 대곡면 파프리카 시설 하우스에서 발견된 무게 9㎏의 운석. [뉴스1]
진주시 미천면 오방리에서 발견된 4.1㎏의 운석.

경남 진주에서 발견된 암석 두 덩어리가 운석(유성 파편)인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이는 71년 만에 국내에서 발견된 운석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는 16일 “광학·전자현미경을 통해 1차 분석한 결과 국제적인 기준에 맞는 금속(철·니켈)이 많이 함유된 운석으로 판명됐다”며 “이 운석을 ‘진주운석’이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극지연구소는 “하나의 운석이 대기권에서 두 개 이상으로 분리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추가로 다른 운석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극지연구소는 남극을 중심으로 운석을 비롯해 극지의 생태를 연구하는 국가기관이다.

 진주에서는 지난 9일 밤 전국적인 유성(별똥별) 낙하 현상이 관측된 뒤 검은 빛깔의 암석 두 덩어리(대곡면 9㎏, 미천면 4㎏)가 밭에 박힌 채 발견됐다.

 연구소의 공식 확인 소식에 진주는 ‘운석 로또’ 찾기 인파로 들썩거리고 있다. 현재 운석의 국제시세가 g당 5~10달러로 알려져 있어서다. 이 시세를 적용하면 대곡면의 9㎏짜리 운석은 최대 9만 달러(약 9600만원)에 팔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가격이 수십 억원에 이를 거란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서 빅토르 안(안현수)이 받은 ‘운석 금메달(g당 236만원)’ 값을 적용해서다. 이는 순금 값의 40배가량 된다. 실제 이날 오후에는 세 번째 운석이 발견됐다. 운석 탐사객인 부산의 이모(36)씨는 두 번째 운석이 발견된 미천면 밭에서 1㎞ 떨어진 곳에서 어린아이 주먹 크기(1㎏ 추정)의 둥근 운석을 추가로 찾았다. 해외 운석 사냥꾼(Meteorite Hunter)까지 진주에 들어왔다. 연구소에 따르면 로버트라고 이름을 밝힌 미국인 남성이 며칠 전부터 운석 발견 지점 근처에서 주민들에게 명함을 돌리며 “운석을 발견하면 팔라”며 돌아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그동안 전례가 거의 없어 운석 주인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 해외 사례를 감안할 때 땅 주인이 운석을 발견했을 때에만 확실한 소유권을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의 밭에서 운석을 찾았다면 밭주인과의 소유권 다툼이 생길 수 있다. 외국인이 해외로 가지고 나가려 할 때 막을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진주 운석의 해외 반출 차단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 운석을 문화재보호법이 규정하는 문화재 중 ‘기념물’에 포함시켜 천연기념물 지정 등을 통한 보호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