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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안드로이드 … 애플, 구글도 특허법정에 세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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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애플 대 삼성’의 스마트폰 특허 소송전이 ‘애플 대 구글’의 진영 간 대결로 확산될 조짐이다. 1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이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법 새너제이 지원에서 열리는 2차 특허 소송에서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까지 증인으로 신청했다. 루빈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직접 설계·제작해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린다. 애플에서 2년 반,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2년 반, 구글에서 약 8년간 일해 ‘실리콘밸리 IT 3대업체’를 모두 거친 경력으로도 알려져 있다.

 애플이 루빈까지 재판에 불러내려는 이유는 삼성 스마트폰에 탑재된 안드로이드 OS와 애플 iOS 간 유사성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애플 측 변호인단은 루빈이 안드로이드를 제작할 때 iOS를 참고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해 결국 갤럭시가 아이폰을 베꼈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1년 4월 애플의 제소로 시작된 1차소송 1심은 삼성이 애플에 9억2900만 달러(약 9900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로 이달 6일 마무리됐다. 삼성이 애플의 사용환경(UI)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는 애플의 특허 자체를 무효화하거나 삼성의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법정의 일반인 배심원들이 지나치게 감정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애플은 2차 소송에서 삼성이 ▶데이터 태핑(여러 종류의 데이터 중 특정 데이터를 구분해 실행할 수 있는 기능) ▶통합검색 ▶PC-스마트폰 간 데이터 동기화 ▶밀어서 잠금해제 ▶단어 자동 완성 등 총 다섯 가지 기능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다섯 가지 기능은 삼성이 자체 개발한 게 아니라 모두 구글 안드로이드에 포함된 기능이다. 게다가 삼성과 구글은 올 1월 ‘특허 상호사용(크로스 라이선스) 협정’을 맺었다. 2차 소송에서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애플의 공격에 구글이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히로시 로크하이머 구글 부사장, 비에른 브링거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은 삼성 측 증인으로 재판장에 나올 예정이다.

 결국 애플은 단순히 삼성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에 타격을 줄 목적으로 2차 특허 소송을 시작한 셈이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생전 안드로이드에 대해 극심한 반감을 표출했다. 2011년 발간된 전기에서도 “안드로이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핵전쟁(Thermonuclear war)도 불사할 것”이라는 대목이 있다.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확전이냐 타협이냐의 길목에 섰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결국 전쟁을 택한 셈이다. 애플은 삼성에 스마트폰 1대당 40달러의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1차 특허 소송 당시 1심 재판부가 인정했던 로열티(7달러14센트)의 약 6배 수준이다. 이에 대해 독일 특허 전문 블로그 ‘포스페이턴츠’ 운영자인 플로리안 뮐러는 “객관적으로 정신나간 짓(objective insanity)”이라고 비판했다.

 앞으로의 특허 소송도 지금까지의 소송전만큼 지루한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 3년 만에 1심 판결이 나왔지만 삼성과 애플은 단 하루 만에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장을 냈다. 게다가 2차 소송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최종적인 결론이 나기까지는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특허전쟁 도중 양 진영이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시장의 주력 제품이 자동차나 헬스케어 등으로 넘어가서 애플이나 구글·삼성 모두 더 이상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면 언제라도 소송전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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