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최고 영예는 한국인 이름 딴 '황연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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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황연대씨(가운데)가 ‘황연대 성취상’ 남녀 수상자인 토비 케인(오른쪽), 비비안 멘텔-스피와 함께했다.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인간승리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패럴림픽. 그 패럴림픽에서도 가장 빛나는 선수에게 ‘황연대 성취상’을 수여한다. 놀라운 건 이 상의 주인공이 바로 한국인 황연대(76)씨라는 사실이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는 14일(한국시간) 황연대 성취상 수상자로 여자 스노보드에 출전한 비비안 멘텔-스피(41·네덜란드)와 남자 알파인 스키 선수 토비 케인(28·호주)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상은 여름과 겨울 패럴림픽 출전자 중 가장 뛰어난 사회활동과 경기능력을 보여준 선수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대회 MVP’와 같다. 남녀 각각 1명에게 순금 2냥짜리 메달을 수여한다.

 멘텔-스피는 네덜란드 국내 대회에서 6번이나 우승한 스노보드 선수였다. 그러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을 앞두고 암 진단을 받아 오른다리를 절단했다. 암세포가 폐까지 전이됐지만 굴하지 않고 수술 후 4개월 만에 장애인 스노보드를 시작했다. 동시에 장애인을 위한 재단을 설립해 장애 아동들에게 기회의 장을 열었다. 스노보드가 패럴림픽 종목으로 채택돼 처음으로 패럴림픽에 출전한 멘텔-스피는 스노보드 크로스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따냈다. 그는 “전날 따낸 금메달보다 값진 상”이라며 감격했다.

 케인은 두 살 때 자동차 사고로 다리를 잃었다. 열 살 때 스키를 시작한 그는 2006년 토리노 대회부터 세 번이나 패럴림픽에 참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수퍼대회전 남자 입식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장애인을 돕기 위해 의학도의 길을 선택한 그는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면서 장애인 스포츠를 널리 알린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케인은 “장애를 이겨내고 놀라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 상은 황씨가 1988년 서울 여름 패럴림픽에서 오늘의 여성상을 받은 뒤 상금을 IPC에 기부하면서 생겼다. 처음에는 황연대 극복상으로 제정됐지만 나중에 황연대 성취상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세 살 때 소아마비로 장애를 입은 황씨는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소아과 의사가 됐다. 이후 그는 한국소아마비 아동 특수보육협회를 만들고, 장애인복지체육회 이사 등을 역임하는 등 장애인을 위해 일했다.

소치=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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