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질환 진행 늦춰 염증 예방하는 효과 확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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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주 병원장이 척추디스크 질환의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나은병원]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척추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기존 척추 치료의 핵심은 피부를 작게 절개하는 최소침습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디스크를 건강하게 재생시키는 줄기세포 치료가 핵심이다. 나은병원은 연세대학교와 공동연구소를 설립해 척추 줄기세포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나은병원 정병주 병원장의 도움말로 척추 치료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척추디스크, 줄기세포 자라기 좋은 환경

노화한 디스크는 터지고 찢어지면서 신경과 혈관을 건드린다. 기존의 내시경이나 고주파 같은 시술은 변형된 디스크를 깎아내고 다듬는 작업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못한다. 디스크 자체가 이미 병들어 기능이 떨어져서다. 수분이 빠져 딱딱해진 디스크는 척추질환을 재발시킨다. 척추뼈 마디는 불안정해지고, 디스크는 탈출하면서 척추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진다. 정병주 원장은 “디스크가 탈이 나면 답이 없다”며 “수술을 해도 바퀴에 바람이 빠진 상태로 살아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존 척추디스크 치료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줄기세포 치료는 노화한 디스크가 다시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건강하게 되돌린다. 정 원장은 “지금까지 척추디스크 치료는 노화하고 손상된 디스크를 계속 사용하도록 하는 수리 개념이었다면 줄기세포는 건강한 디스크를 다시 쓸 수 있는 재생의 개념”이라고 말했다.

 원리는 이렇다. 환자의 골반에서 골수를 채취한다. 추출하고 분리한 자가줄기세포를 손상된 디스크에 주입하면 디스크가 새로 만들어진다. 주변 조직세포에도 영향을 끼쳐 세포가 노화하는 것을 예방한다. 줄기세포는 본인 몸에서 추출하므로 거부반응이나 감염 같은 부작용이 없다. 척추 디스크 조직의 환경은 저산소이면서 약산성을 띠고 있어 줄기세포가 활발하게 증식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기존 시술에 줄기세포 접목, 치료효과 높여

나은병원은 2012년 연세대와 함께 줄기세포연구소(IBMT)를 설립했다. 척추 분야에 집중하는 의료기관으로서 쌓은 풍부한 현장경험과 연세대 의료진의 학문적인 연구실력이 만났다.

 목표는 척추디스크 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다. 줄기세포를 주입하려면 골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분리해 농축하고, 안정적으로 병변에 안착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나은병원은 이미 연구소에서 고농축의 선명한 줄기세포를 추출해내는 분리농축 키트를 개발했다.

 병원은 치료제 개발의 전 단계로 안전성이 확보된 자가줄기세포 이식술을 척추디스크 치료단계에 접목시키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100여 명의 환자에게 키트를 활용한 줄기세포 치료를 시행했다. 형태가 변형된 디스크는 기존의 내시경·고주파 시술 등으로 다듬어주면서 마지막 단계에 줄기세포를 주입한다. 그 결과 통증이 줄고, 디스크 조직이 재생되며 질환의 진행을 늦춰 염증을 예방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은병원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국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퇴행성 디스크를 재생하는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동물실험은 마무리 단계까지 왔다. 연구진은 2016년쯤이면 치료제가 허가와 임상시험을 거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다. 정 원장은 “일본은 실험적인 시술이라도 의사의 책임 아래 허용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완전히 길이 막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나친 규제로 의학의 발전이 뒤처지자 일정 정도 제한을 푸는 정책을 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사가 책임지고 환자가 동의해도 불가능하다. 정병주 원장은 “디스크 재생술은 거의 모든 디스크질환 문제를 해결하는 키워드”라며 “미국 등 의료선진국이 훌륭한 연구 성과를 속속 내놓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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