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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대상 상당수가 여수의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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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여수=전육기자】향도여수에 「밀수망령」의 세찬 회오리바람을 몰고 온 첫 단서는 지난 6월초 현지에서 고위총에 경무보고를 낸 데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졌다.
밀수합동수사반이 해체된 이후 여수지역이 해상밀수의 온상지로 변하고 있으며 그 배후에는 단속기관의 묵인 내지는 비호가 있다는 내용. 이와 관련해 폭력조직의 행패, 실태도 낱낱이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를 받은 고위층은 6월 중순께 극비리에 수사반을 현지에 파견, 사실여부를 확인하려했으나 여수에 도착직전 정보가 누설되는 바람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조사반이 여수시 외곽 검문소에 이르자 관계자들은 「외부사람」들에 대해 행선지·여행목적 등을 꼬치꼬치 묻는 등 시간을 끌었다는 것이다.
수사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렇게 현지 기관의 비협조로 되돌아서기를 두 차례. 우회수법으로 현지에 들어가 실정을 파악하게 된 것이 지난 7월말 쯤이었다 한다.
현지 유력기관의 관련설 등 다수가 다시 밀수도시화하고 있다는 실태를 보고 받은 고위층은 검찰에 전면수사를 지시했고 이에 따라 특별수사반이 파견된 것.
현지 수사반에 따르면 수사대상에 오른 상당수가 선주·사장 또는 행정기관의 자문위원 등 이른바 이곳의 「유지」들로 이들이 직접 또는 간접으로 밀수조직과 관련됐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케이스」가 현재 가장 큰 밀수조직의 배후 실력자로 알려져 검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허봉용씨(46)의 경우 검찰수사반이 밝힌 것 만도 허씨는 여수시 정화위원의 회장직을 지냈으며 「엔젤」호·여수「터미널·빌딩」(시가 3천만원)주인, 수정여관 주인 등으로 서울과 현지에 있는 부동산만도 약 6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여수에서 밀수에 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허씨가 전직 세관원으로 현재의 「부」를 곧 밀수와 관련된 것으로 연결시켜왔고 또 밀수조직들 중의 정상급 두목으로 인정하고 있는 정도다. 허씨는 이 지역에서 각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세관을 그만둔 뒤 오늘에 이르기까지 용케 단 한번도 법망의 「체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쪽에는 지역사회의 유지라는 신분을, 다른 한쪽에는 밀수와 폭력조직의 두목이라는 신분을, 마치「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이야기 같이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실력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배경을 가진 허씨는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온갖 수단방법을 동원, 최대한의 성의를 발휘하고 있다. 관내에 새로 인사이동이 있을라치면 어김없이 인사를 다니고 철따라 선물 잘하기로 소문이 날 정도 이래서 하부조직이 검거되더라도 「죽는 것」(교도소에 가는 것)을 막아냈다는 것이며 허씨의 자리는 날로 튼튼해 졌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공무원생활을 해온 한 사람은 여수에서의 밀수행위가 이번 수사로 하루아침에 근절될 수 있느냐는데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수사착수를 전후해 이곳 경찰에서 5년 이상 15년까지 근무했던 정보·수사경찰이 모조리 전출되었고 검찰의 기관장이 바뀌었으며 기타 행정기관의 장 또는 간부 등이 무더기로 바뀔 것이라는 소문은 밀수와 이곳 기관과의 관계를 간접적으로나마 풀이할 수 있는 조치라고 했다.
이곳 세관에 따르면 밀수 적발율은 20%선으로, 이들이 검거한 밀수범의 80%가 하급선원으로 나타났다. 어느 경우나 자금책·행동·운반책 등은 노출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17일 이곳 세관은 일본에서 냉장고 등 2백여만원 어치를 밀수해온 제2 남아호(40t·선장 장세훈·39)의 선원 8명중 하급선원 2명만을 구속하고 나머지 간부선원들을 무혐의로 풀어준 일이 있다.
구속된 선원들은 『대신 들어가면 뒤를 봐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었으나 이행치 않자, 선장 등을 고발하고 배후를 폭로해 미진한 수사책임을 전가하는 등 단속기관의 난맥상을 보였었다.
지난8월5일 사건의 희생자인 서정휴씨는 이곳 세관원들의 묵인 또는 방관자세를 바로 잡기 위해 전근된 몇몇 심리과 요원중의 한사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죽은 서씨 이의의 다른 사람들은 최근까지도 매일 협박을 받았으며 신변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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