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사진본」「붐」-값도 싸고 귀한 책 대량으로 복사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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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대학가에는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구하기 힘든 원서나 값이 비싼 외서를 사진판으로 복사·염가의 책으로 만들어 나눠보는 새로운 풍조가 생겼다.
서울대 인문 사회계열의 각과 학생들이 주도가 된 이런 사진본 「붐」은 금년들어 현재까지 50여종의 책을 복사해냈다. 부분적으로 편집해 만들어진 것까지 합하면 1백권이 넘는다. 학생들은 이러한 풍조를 몇 가지 원인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첫째, 값싼 「페이퍼·백」대신 「하드·바운드」의 양장본만을 수입해와 비싸게 팔고있는 외 서점의 횡포에 대한 경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예의 하나로 『고대중국의 패턴』(마크·엘빈저)이라는 중국 고대사의 중요 저서를 들 수 있다.
이 책은 양장본이 7천3백원을 호가하는데 이 책을 사진 본으로 1백권을 만들 경우 20만원정도 들게 된다. 따라서 원서의 3분의1값인 권당 2천원이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또 하나의 원인으로는 외 서점이 잘 팔리는 책만 수입해 오고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책은 외면하거나 수입하더라도 한두권에 그쳐 책을 구하기 힘든 점도 지적한다. 역사·철학·사회학·경제학 등의 서적을 구입하기 위해 외 서점에 가 본 사람이면 이러한 사정은 누구나 당해보는 고충이다. 「유럽」의 각종 현대사상을 다루고 있는 「H·S·휴크」교수(하버드대·역사학)의 명저 『의식과 사회』가 바로 이런 「케이스」.
이 책이 복사되자 진가를 아는 학생들에게 권당 1천원으로 만든 1백부 한정판이 1주일만에 매진됐다.
그밖에 절판을 재생시킬 수 있는 장점도 들 수 있다.
이의 대표적인 예가 『중국 정부』(N·F·메이어저)라는 책으로 이 책은 1877년 중국상해서 미 장로교 선교부가 출판했었으나 지금은 절판되어 국내에는 몇권 없는 책.
지난 학기에 복사된 1백권의 책이 학생들에게 7백원씩 배부됐다.
이러한 유의 출판은 「마스터·제록스」기를 가지고 있는 서울시내 10여개 인쇄소에서 학생들의 주문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서울대 김채윤 교수(사회학)는 『원칙적으로 해적판이기 때문에 학교의 체면을 생각하면 반대해야 되겠지만 학문 연구를 위해 비영리적으로 하고 있고 학생들의 필독서이기 때문에 학문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릴 수도 없다』고 밝혔다.
현재 팔리고 있는 책 중 중요 서적은 다음과 같다.
▲『차단된 통로』(H·S·휴즈) 1천원 ▲『미국사 개요』(찰즈·셀러 외 2인 공저) 1천원 ▲『의식과 사회』(H·S·휴즈)1천원 ▲『예언과 사람』(한스·콘)5백원 ▲『사회사상사』(루이즈·코저)1천2백원 ▲『사회 계층론』(텔빈·M·쿠민)5백원 ▲『퓨달리즘』(F·L·간소프)1천원 ▲『중국 정부』(W·F·메이어)7백원 ▲『고대 중국의 패턴』(마크·엘번)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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