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일 경제관계의 반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일간의 경제 협력 관계를 앞으로 어떤 차원에서 어떤 방향으로 정립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신중하게 다시 검토해야할 때가 온 것 같다.
세번에 걸쳐 본지가 연재한 『한·일 경협 이대로 좋은가』도 이런 뜻에서이다. 이는 비단 「청구권 협력」이라는 매우 특이한 「패턴」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던 한·일 경협의 한시대가 끝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 경제질서의 새로운 약화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불가피하게 기존의 모든 대외 거래 내용을 한번쯤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때인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동안의 대외 경제 협력의 실체와 결과를 엄정하게 재평가하는 일이다. 그런 연후에 개발의 지향을 새롭게 가다듬고 있는 4차 계획과의 연관하에서, 총체적인 대외 거래상의 우리의 ?????? 주체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 위해서는 물론 청구권 시대를 포함한 개발초기의 제반 여건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오늘의 현실인식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경제 운영의 기조를 지금까지의 외연적 확대 지향에서 탈피하여 보다 안정적이며 균형을 갖춘 자립적인 것으로 바꾸도록 강요하는 내외적 요인들이 현저하게 증대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의 주류를 이루고있다.
이런 변화는 우리의 총체적인 대외관계 구성에서 솔직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당면한 대일 관계의 정립에서도 이는 다를바 없다. 외자도입은 많을수록 좋다는 청구권 시대의 환상을 깨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 하겠다.
5억불 「플러스·알파」로 우리의 일본에 대한 모든 「청구권」이 완전히 소멸되었다고는 결코 생각되지 않지만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더 이상이 「청구」할 「권리」는 없어진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일본에 「청구」해야할 것은 무턱대고 많은 협력자금이 아니라 새롭게 확대 되고있는 경제 질서 속에서 의당 갖추어야할 선진 공업국으로서의 행동 규범이다.
석유파동의 후유증을 수습하는 통정에서 나타난 격렬한 선후진국간의 이해 대립을, 조화 있는 새 질서 속에서 과연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핵심적인 과제로 되고 있으며 이는 선진부국들의 주도적 역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일본에 대해 이같은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도록 강구할 수 있는 것은 우리만의 「권리」도 아니며. 어느 한쪽의 「시혜」는 더욱 아닐 것이다.
일본은 그 개발「패턴」이나 자원 상태로 보더라도 개방 체제로의 지향이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상호 의존적인 남북 관계의 정립 없이는 장기적인 발전이나 복지 체제의 구축이 불가능할 것임은 누구보다도 일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대외 정책 기조는 아직도 통상에서의 보호주의, 투자에서의 이기주의, 경협에서의 자원 외교를 내세운 일국주의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대한 정책에서도 이는 다르지 않았다.
그간의 한·일 관계는 무역에서 일방적인 역조, 투자에서는 저생산성 경공업 투자 집중, 차관에서는 협력의 본영이라 할 재정차관보다는 상업차관 치중 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요컨대 청구권 협력의 정치적 성향과는 달리 그 실상은 철두철미 「경제적」이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결국 새로운 한·일 경협 관계의 정립은 이같은 일방적 의존이나 역조를 보다 균형있고 호혜적인 수평적 분업 관계로 발전시키는 방향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 자신의 이해와 결코 무관하지 않는 한반도의 안정에 기여하는 길은 그들의 이웃과 호혜적인 협력관계를 지속하는 길뿐일 것이다.
반면 우리로서는 한·일 관계의 특수성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는 종합적인 대외 거래의 테두리 안에서 일본을 파악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