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리브르』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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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국립도서관(Biblioth Nationale de Paris)은 한가지 특색이 있다. 「프랑스」에서 발간되는 모든 도서를 적어도 1부씩은 어김없이 갖추고 있는 점이다. 원래 이 도서관은 왕의 사유문고였다. 그러나 1537년 「루이」11세 때의 「몽델리에」칙령에 따라 「프랑스」의 도서는 무엇이든 꼭 갖추도록 했었다.
이른바 국립도서관의 「납본 제도」는 여기서 유래한다. 이때부터 이 도서관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보존 도서관으로서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인쇄술이 발명되고 나서 그 칙령은 더욱 철저하게 지켜졌다. 오늘날 이 도서관은 「유럽」문헌의 보고가 되다시피 했다.
장서는 약6백50만권. 비치잡지·신문(현행 포함)의 치는 약2만5백종(「프랑스」국내 1만5천2백50종·외국 5천2백50종), 사본 및 저자원고 15만책, 지도 80만장, 판서 1천만장, 음악자료 45만부.
따라서 이 도서관은 기지활동에도 상당한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서지 「서비스」, 도서관 상호간의 자본「서비스」 문헌교환, 인쇄목록 「카드」의 배포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이 도서관에서 한국의 한 여류 서지가가 『코레·리브르』(자유한국=LA COREEL IBRE)라는 책자를 발견해서 화제가 되었다. 국배판 크기에 1백여「페이지」 「프랑스」어판 잡지. 표지의 한 가운데에 태극기가 그려져 있고 그 양옆에 『대한 사람 대한으로』라는 애국가의 한 구절이 한글로 새겨져 있어 인상적이다.
1920년5월에 창간, 이듬해 5월까지 월간으로 모두 13권이 발간되었다. 표지를 열면 목차, 그 다음엔 서보들이 있다. 대부분이 낮선 사진으로, 그러나 전율을 느끼게 하는 장면들이다. 총을 들고 길거리에 서 있는 일본군의 살벌한 모습, 두 손이 묶인채 끓어 앉은 백의의 한인들, 불타버린 폐허들, 그리고 살육의 광경들.
망국의 애국지사들이 이국의 객사에서 이처럼 역사 고발의 잡지를 펴낸 것은 당시 「파리」가 국제 무대의 중추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1919년엔 세계의 질서를 바로 잡으려는 「파리」평화 회의가 열렸었고, 당시 우리나라의 독립 운동가들도 「파리」에 파견되었었다. 이듬해인 1920년1월엔 국제연맹이 정식으로 성립, 「파리」에서 첫 회의가 열렸다. 국내에서는 신문들이 창간되기 시작했으며 『개벽』이나 『폐허』등 문학지가 창간된 것도 이 무렵이다. 우리의 독립 운동은 이처럼 정신의 힘 운동으로도 번져가고 있었다.
바로 이때를 맞추어 국제정치 무대의 심장부에서 우리의 피맺힌 절규가 한국독립지사들에 의해 잡지로 발간된 것은 뜻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필경 「파리」국립도서관엔 아직도 그런 역사의 기록들이 소리없이 쌓여 있을 것이다. 서지가들의 활발한 참여로 그들을 정리하는 일은 상당한 의의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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