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유괴는 막을 수 있다(4)|특정인대상 삼지 않아|정신병자에 의한 유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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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성도착·기아병(기아병) 등 정신병 질환자나 이상성격자들에 의한 유괴사건은 대부분 연쇄적으로 일어나거나 한꺼번에 여러 명의 피해자가 생길 염려가 많다.
특히 이들은 다른 유형의 유괴사건과는 달리 어느 특정인을 대상으로 삼지 않고 눈에 띄는 대로 어린이를 유괴, 폭행하거나 난행 후 살해하는 등 잔혹행위를 일삼기 때문에 유괴된 어린이가 희생되는 일이 많다.
지난6윌27일 서울영등포구온수동155 야산 숲속에서 이 마을 원모씨(35·여)의 장녀(5), 장모씨(34)의 2녀(5), 고모씨(52)의 장녀(5)등 3명의 여자어린이가 모두 아랫도리가 벗겨진 채 심한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며 실신해 있는 채로 발견된 사건(범인 미체포)은 정상적인 인간으로는 볼 수 없는 정신이상자에 의한 유괴, 난행 사건의 대표적인「케이스」. 뒤늦게 깨어난 이들 여아들은 모두 사고전날 낮선20대 작업복차림의 청년이 『극장구경을 시켜줄테니 함께가자』며 10원짜리 빵을 사주는 바람에 따라나섰다가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6월3일 서울서대문구천연동 금화시민「아파트」3동 지하층 땅바닥에서 최모씨(28·서대문구충정로2가)의 2녀(6)가 대낮에 난행당한 사건의 범인 김경석(21·주거부정)은 지난3월부터 검거되기까지 4개월 동안 같은 장소에서 6,7세 된 여자어린이 4명을 잇달아 유인, 욕보여 왔다고 경찰에서 자백했다.
고아로 자라 구두닦이 등으로 전전한 김은『남들은 모두 여자 친구가 있는데 나만 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해 여자 어린이를 데리고 놀고 싶었으나 번번이 말을 듣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어린이를 하나의 도구나 완구로 보고 갖고 즐기려는 정신병(기아병=「페더필리어」)의 일종이라고 지적, 『기아병 환자는 자신보다 10∼20세 나이가 어린 어린이를 소유하고 즐기려다 순간적으로 추행 또는 살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6월16일 서울영등포구목동 뒷산에 끌려가 난행당한 채 살해된 박 모양(16)과 박 양을 따라갔다가 희생물이 된 전 모군(5) 피살사건과 지난7월20일 전북완주군삼복읍백수부락 숲속에서 역시 난행당한 뒤 허리끈으로 목졸려 숨진 채 발견된 최 모양(12·범인체포) 사건 등은 이들을 단순한 유희나 농락대상으로 삼은 후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 채 죽여버리는 성격 결함자들의 소행으로 판단되고 있다.
최근의 부산 어린이 연쇄유괴살인사건이 이 같은 정신이상자들의 범행과 닮아 경찰은 한때 정신병자 수용소나 정신병원 입 퇴원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폈으나 정신과학자들은 정신병원에 입원·수용될 정도의 사람이라면 치밀한 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고 판단, 평소에는 정상인보다 더 얌전하고 수줍은 성격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신이상자는 전국적으로 7만 여명에 이르고있다.
정신과학자들은 이 같은 어린이 유괴 난행, 살해 등 사건에 대해 『사회가 물량적으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성장의 혜택을 입지 못하고 소외될 경우 죄의식 없이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고 지적, 가정·학교·사회를 포함, 광범위한 사회병리학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홍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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