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무제를 사회현상으로 파악-이규호·김종희 교수가 전하는 독일 철학계 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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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 8년전만 해도 독일철학은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아도르노」「마루쿠제」「하버마스」등 사회 철학에 관심을 가진 학자들에 의해 주도되어 왔었다. 지금도 이들의 학문적 경향은 「하버마스」에 의하여 계승되어 있지만 「프랑크푸르트」에 한정되어 있지는 않고 「뮌헨」「튀빙겐」「베를린」등 독일 각처에 분산되어 연구되고 있다한다. 학설에 있어서도 「칼·포퍼」「한스·앨버트」등에 의한 「비판적 합리론」이 대두되어 양파가 철학의 방법론적 문제에서 대립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월초 출국, 6개월간 독일「뮌헨」에 머무르면서 독일 철학의 최근 동향을 돌아보고 최근에 귀국한 성대 김종호 교수와 지난 7월말 출국,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의 사회 철학 연구」동향을 살피고 온 연대 이규호 교수는 최근의 독일 철학계를 그와 같이 전하면서 특징을 말하고있다.
양 교수는 현재 「하버·마스」(「막스·프랑크」연구소장) 에 의해 대표되는 신 「마르크스」주의 학파의 특징으로 인간의 문제를 사회현상 분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점을 들었다.
「하버마스」는 「하이데거」이후 인간을 문제로 다룬 최고의 명저라고 꼽히는 『인식과 관심』을 통해 모든 「인간에 대한 이론」에는 사회적·경제적 배경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이론이 「마르크스」의 상부 구조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그 배경은 하부 구조에 비교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이론을 다루기 위해서는 사회 현상의 분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점이 그들을 신「마르크스」주의라고 부르는 이유도 되지만 「하버마스」자신은 인간의 평등을 원하기 때문에 공산주의도, 자본주의도 다같이 비판하고 있다.
신「마르크스」주의는 방법론적인 면에서 초기에는 「헤켈」의 변증법 이론을 많이 이용했지만 최근2, 3년간에는 미국의 영향으로 설증주의적인 분석 철학을 혼용하고 있다 한다.
한편 「한스·앨버트」와 그의 스승 「칼·포퍼」로 대표되는 「비판적 합리론」은 신「마르크스」주의처럼 인간이나 사회라는 뚜렷한 철학의 대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고 철학하는 방법론과 인식론에만 관심이 제한되어 있다.
「칼·포퍼」와 「한스·앨버트」는 『사학적 발견의 논리』『비판적 이성 논고』라는 각자의 저서에서 철학하는 방법론으로 「과학 정신에 의한 실증주의」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이념이나 사회현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이들 두 학파 외의 새로운 경향에 대해 양 교수는 철학적 인간학을 중심으로 건실한 전통적 철학을 추구하는 「란드만」교수(베를린 대)를 들었다. 그 이유로 그의 학설은 아직 미미하지만 현재 서독의 국내 분위기가 사회 철학이나 사회당 정권에 염증을 느끼고 우선회 하는 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이러한 분위기가 고조되면 사회보다는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철학사조가 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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