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기대 힘든「토론」의 광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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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IMF(국제 통화기금)·세은 합동 연차 총회가 9월1일부터 5일간 「워싱턴」에서 열린다.
IMF총회는 원래 협상이 이뤄지기보다도 토론이 만발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번 총회에서도 어떤 뚜렷한 합의가 이뤄지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통화 협상은 오히려 10개 국제상 회의나 IMF잠정 위에서 진전되는 일이 더 많다.
현안중의 국제 통화협상은 아직 미·EEC·일본간에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IMF총회 직전에 열리는 4차 잠정 위에서 일단 거론은 되지만 여러 핵심 문제는 76년1월「자메이카」에서 열릴 5차 잠정 위로 넘어갈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IMF총회에선 각국 대표의 기조 연설을 통해 국제 통화문제에 대한 기본입장이 일단 밝혀질 것이다.
기본 입장의 천명이야말로 통화협상의 기초 조건이 되는 것이다. 또 국제 통화협상에 별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경제적 약소국들은 IMF총회를 통해 강대국에, 집단적인 마력을 가할 수 있다.
경기 침체·「인플레」·국제수지 적자의 삼중고를 겪고 있는 개발 도상국은 이번 총회에서 국제수지에 여유가 있는 선진 공업국이 경기 대책을 서두를 것과 국제 유동성 편중의 시정에 좀더 성의를 보일 것을 촉구할 것이다.
국제 통화 개혁은 73년「나이로비」총회 때 합의된 대상안이 「오일·쇼크」로 반전 백지화되고 그후의 정세 변화에 적응할 새 청사진에 아직 수정작업을 하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작년「워싱턴」총회 때 만해도 개혁을 서둘렀으나 그후 총 변동제 등 잠정체제 아래서 그런대로 평온을 찾자 각국의 이해가 예리하게 노출되어 지구전으로 들어간 상태다.
이번 lMF총회에서 토의될 핵심문제는 ①제6차 IMF 「코터」조정 ②통화 개혁을 반영할 IMF협정 개정 ③국제 유동성의 편중시정과 개발 도상국의 지원 ④세계적 불황과「인플레」 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적 협조방안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IMF「코터」는 IMF가맹국 1백26개국의 중「코터」를 현 2백91억SDR(1SDR는1.25「달러」)에서 3백90억SDR로 32.5% 늘린다는 원칙아래 이를 어떻게 국별로 배분하느냐하는 것이다. 산유국「코터」의 배증(4.98%에서 9.97%로)과 선진국 비중의 감소는 결정되었으나 선진국 특히 미국「코터」의 배분이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한국은 6차「코터」증액에서 현 8천만SDR「코터」가 1억5천7백만 SDR로 증액될 전망이다.
IMF협정 개정은 IMF 보유금의 처리와. 환율제도가 핵심인데 둘 다 미·불간에 심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금 문제는 공정가격의 폐지·금 역할의 축소 등은 합의되었으나 IMF 보유금의 처리를 둘러싸고 미국이 시장을 통한 매각을 주장하는데 반해 「프랑스」는 일단 가맹국에의 반환을 내세우고 있다.
금 문제의 미합의는 IMF 「코터」납입·개발 도상국 원조 재원의 마련 등에 장애가 되고있다.
환율제도에 대해선「프랑스」가 현재의 총 변동제가 잠정적이고 또 불안요인이 많으므로 고정 환율제로의 복귀를 주장하고 있다. SDR에 의한 새 평가를 설정하되 특별한 국가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프랑스」의 주장은「달러」의 고 평가에 의한 대미 수출 증대로 경기 회복의 돌파구를 찾자는 속셈이라고 풀이하는 견해도 있다. 미국은 변동 환율제가 현 정세엔 더 적응성이 있으므로 환율제도는 각국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 국제 유동성 편중의 시정과 개도국 지원 방안으론 ①「오일·패시리티」의 연기 및 대체기구의 신설 ②제3창구 제도외 신설(규모 5억「달러」·연리4.5%·1인당 GNP 3백 「달러」이하의 개도국에 한해 융자함) ③특별 신탁기금 설치(20억「달러」규모·IMF 보유금의 매각 대금으로 재원 마련) ④개도국 식량 증산을 위한 금융지원 ⑤완충 재고금융마련(1차 산품의 가격 하락 등에 대비한 특별 신용제도)등이 논의될 것이나 이번 총회에서 구체적인 합의까지 도달될 것 같지는 않다.
한국은 이번 총회에 임하는 기본 입장을 국제 통화개혁의 조속한 매듭과 개도국에의 자금환류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넓혀주도록 촉구한다는데 두고 있다. 사실 한국의 입장을 보아서 국제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힘은 없다. 오히려 IMF 사무당국간의 접촉을 통해 「오일·패시리티」등 자금 수혜의 증대·확대금융 제도의 이용 가능성 타진에 보다 주력하게 될 것이다.
또 한국 대표단은 미결상태에 있는 75년「스탠드·바이」차관 협정과 75년 재정안정 계획을 IMF측과 매듭지어야 한다.
또 「뉴요크」및「런던」금융계 인사들과 광범히 접촉, 보다 많은 자금의 유치를 도모하는 연례적인 행사도 금년이라 하여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20억「달러」가 넘는 경상 적자폭을 보아서 자금유치는 금년이 더 절박하게 요구되는 형편이라 할 수 있다.<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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