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유괴는 막을 수 있다 |유형별로 살펴보는 동기와 방지책 (1) 원한에 의한 유괴 |어린이는 결코 어른의 희생물이 될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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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라나는 어린이를 더 이상 어른들의 희생물이 되게 하지말자.』세계최대 유괴사건의 하나인 1932년의 「찰즈·린드버그」2세사건 이후 유괴는 세계적으로 유행돼 왔으나 우리나라에서 유괴사건이 크게 사회문제화한 것은 62년9월 서울의 조두형군(당시5세) 유괴사건 이후다.그 후의 사회변천과 금전만능사상의 팽배로 인명경시풍조가 확대되자 애꿎은 어린이들이 희생물이 되는 유괴사건이 해마다 늘어났다. 유괴는 각각 동기와 목적은 서로 다르나 어린이를 목적달성의 수단(미끼)으로 삼고있어 자칫 수사과정에서의 실수등으로 사건해결과는 관계 없이 죄없는 어린생명이 희생당하는 일이 많고 인간본능인 부모와 자식간의 천륜의 정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에 각종 범죄가운데 가장 잔인한 비정의 범죄로 지탄을 받고 있다. 그동안의 유괴사건을 ▲원한관계 ▲금품을 뺏기위한 것 ▲양육(인신매매등)을 위한 것 ▲정신이상자에 의한 것(난행등)등 범죄동기별로 나누어 살펴 유괴사건에 대한 반성과 근절책 마련의 계기로 삼는다. <편집자주>
유괴사건중 가장 고전적이고 많은 것이 원한관계에 의한 것. 크고 작은 원한 또는 치정등 어른들의 잘못으로 죄없는 어린이가 희생되기 쉬운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68년8월 세든 청년에게 유괴, 살해된 인천시 송현동81 김갑수씨(48) 의 2녀 숙선양(7) 유괴사건은 어른들의 사소한 앙심이 빚은 비극.
범인 김공훈(22)은 숙선양의 어머니 박광자씨(36)가 자신을 여자관계가 많은 남자로 소문내 망신을 준데 불만, 범행했다고 경찰에서 자백해 어처구니 없는 어른의 한마디 실수가 큰 비극을 부른 결과였음이 밝혀졌다.
또 71년8월 애인의 변심을 원망, 애인의 사촌동생을 유괴했던 박정자씨(21·여·전남광양읍22의12)도 같은 「케이스」.
박양은 6개월동안 동거하며 결혼을 약속했던 애인 김모씨(25)에게 배신당한 화풀이로 김씨의 삼촌 김효열씨(38)의 2녀 윤희양(4)을 유괴했다가 4개월만에 자수, 아무죄없는 윤희양만 엄마품을 떠나 고생했었다.
어른들의 사소한 원한 때문에 일어나는 유괴사건의 범인들은 대부분 유괴후 금품을 요구하는게 특징. 이는 당초 목적은 아니었더라도 수사의 혼선을 노리거나 금품에 대한 욕심때문.
74년1월6일 서울성북구하월곡동 노기석씨(32·삼화식품공장대표)의 2남 현성군(7)을 유괴했던 양모군(19)은 노씨의 공장에서 해고된데 불만, 노군을 유괴한 뒤 50만원을 요구하다 붙잡혔다.
이유있는, 또는 이유없는 어른들의 사소한 원한관계외에 어른들의 무책임하고 무질서한 남녀관계로 인한 어린이들의 희생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이른바 치정관계에 따른 유괴.
지난 7월15일 정부의 아들을 유괴살해한 임순임씨(43·여·광주시서구유동65)는 정부 김석원씨(40·당시 광주기계공고교사)가 부인과 이혼을 하지도 않고 또 다른 여인들과도 정을 통하는데 불만, 김씨의 장남 남기군(6)을 유괴살해했다. 김씨는 임씨외에 다른 5명의 여인과도 관계를 갖는등 사련때문에 아들을 잃었다.
70년5월 서울중구인현동1가 서해자(6), 유혜금(6)양등 2명의 여아를 유괴살해한 김순금여인(36·서울도봉동)도 유부녀로서 다른남자와 삼각관계를 벌이는등 치정에 얽혀 범행, 처자까지 둔 남녀의 문란한 성도덕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유괴사건이 그러하듯 범행의 미끼로 이용된 어린이가 희생될 가능성은 원한에 의한 경우에도 항상 있다. 오히려 범행동기가 증오로부터 싹튼 것이기 때문에 그가능성은 더욱 크다. 게다가 수사경찰의 사소한 「미스」가 어린이의 희생을 부르는 일도 있다.
지난7월 가정부에 유괴돼 버려진지 한달만에 서울위생병원에서 영양실조등으로 숨진 이문동씨(49·서울동대문구 제기1동160의20)의 딸 연경양(생후 10개월)의 경우 수사경찰의 미온적인 수사와 경찰서간의 유기적인 연락부족으로 빚어진 안타까운 사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처럼 크고 작은 원한에서 비롯한 유괴는 인간심성의 삭막함에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설사 원한을 서로 갖는다해도 자신보다 약자인 어린이를 희생물로 삼는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
원한이 있으면 정정당당히 맞부딪쳐 당사자끼리 해결하려고 노력해야지 약한자를 볼모로 보복한다는 것은 동정받을수 없는 행위라는 것이다. <주원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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