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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의 역설 … 정의당이 1·2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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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해 후원금을 가장 많이 모은 국회의원 1, 2위는 정의당에서 나왔다. 박원석 의원(1억9517만원)과 심상정 의원(1억9403만)이었다. 정당해산심판을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소속 의원들의 후원금도 2012년에 비해 급증했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의원 1인당 평균 모금액은 정의당이 1억5599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1인당 한도(1억5000만원)를 넘은 액수다.

 통진당은 1억4487만원으로 새누리당(1억2695만원)과 민주당(1억2912만원) 이상이었다. 내란음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통진당 이석기 의원은 1억4658만원을 모금해 2012년(3243만원)보다 4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당 김재연 의원(230만원→1억4560만원), 이상규 의원(1285만원→1억5072만원)도 10~62배 후원금이 불었다.

 두 정당 소속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내는 곳은 주로 노조나 사회단체다. 조직적인 소액 기부가 많아 신원이 공개되는 300만원 초과 기부자는 정의당의 경우 한 명도 없었다. 통진당에는 400만원을 기부한 한의사 박모씨와 자영업자 박모씨가 전부였다.

 여야의 중진급 정치인들도 모금액 상위권을 형성했다. 새누리당에선 황우여 대표(1억4905만원)와 최경환 원내대표(1억4960만원), 홍문종 사무총장(1억2967만원), 유기준 최고위원(1억4991만원) 등 친박 의원들의 모금액이 많았다.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1억4167만원을 모았지만 기초연금 사태로 보건복지부 장관을 물러난 진영 의원은 3638만원에 그쳤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억260만원을 모았다. 전병헌 원내대표(1억5297만원)와 문재인 의원(1억5837만원), 박지원 의원(1억5671만원), 무소속 안철수 의원(1억5301만원),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김무성·이완구 의원은 8개월 만에 각각 1억5000만원과 1억5014만원을 모아 한도를 넘겼다.

 후원금 한도액을 넘긴 의원들은 선관위에 사유를 소명해야 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모금액이 다 차면 후원회 계좌를 닫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경우 소명서를 받는다”며 “소명이 미흡하면 고발이나 경고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후원회를 두지 않은 두 명(새누리당 김영주, 민주통합당 최민희)의 의원을 제외한 298명이 모금한 후원금 총액은 381억9186만원이었다.

 새누리당의 전체 모금액은 195억4972만원(50.5%), 민주당은 162억6966만원(41.9%)으로 집계됐다.

 ◆‘상납성 후원’ 여전=국회의원이 지역구의 지방의원이나 기초단체장으로부터 고액의 후원금을 받는 관행이 이번에도 반복됐다. 새누리당 김을동(서울 송파구병) 의원은 류수철 서울시의원과 박춘희 송파구청장으로부터 각각 500만원씩 받았다.

새누리당 김희국(대구 중-남)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았다. 민주당 소속인 김영선(서울 중구) 구의원은 지역구 의원인 정호준(서울 중구) 의원에게 매달 30만원씩 총 36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전남지사 예비후보인 이석형 전 함평군수로부터 4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전형준 전 화순군수도 500만원을 후원했다. 전 전 군수는 2006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취임 한 달 만에 군수직에서 낙마한 전력이 있다.

 ‘막말 트윗’으로 논란을 일으킨 한국투자공사(KIC) 안홍철 사장은 새누리당 최 원내대표와 서병수·유정복 의원에게 500만원씩 15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안 사장은 지난 대선 당시 과거 자신의 트위터에서 안 의원을 ‘프랑켄철수’ 등으로 표현하며 비난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권호·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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