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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불황 위해 「비법」 총동원-서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74년 중의 무역 흑자 2백억「달러」에 외자 보유고 3백70억「달러」로 서구 제1의 경제력을 구가해온 서독은 금년 상반기 경기가 예상보다 침체하자 은행은 창구에 쌓인 많은 돈을 대출 못해 아우성이고 정부는 재정 적자를 줄인다고 관용차를 줄이는 등의 법석을 벌이고 있다.
경기 불황은 돈 장사하는 은행에도 밀어 닥쳤다는 이야기인데 국민은 불황에 대비, 저축에 열을 올려 74년 한해동안 은행에 몰린 액수만 해도 5백30억「마르크」 (2백21억 「달러」). 게다가 기업체들은 시설 확장이나 신규 투자를 꺼리는 판에 은행은 이자율을 내려가며 재발 돈 좀 빌어가 달라고 갖가지 선심 공세를 춰하고 있으나 반응이 신통치 않은 편이다.
은행이 이처럼 돈더미에 눌려 고민하는데 반해 서독 정부는 가뜩이나 재정 적자에 시달리다가 불황 때문에 적자폭이 더 늘어날까 봐 이를 줄이느라고 갖은 비법 (?)을 다하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몇주일 전 정부 관서에서 운행하던 관용 승용차 수의 감축이다.
즉 서독 정부가 고급 관리 전용으로 운행하던 4백20대의 「벤츠」 승용차를 장관 15명, 차관 44명 등 84대로 5분의 4를 줄여 버린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이 혜택을 받아왔던 정부 각 부처의 국장급 고위 관리들이 모두 편안한 관용차를 잃게 되어 현재 출퇴근과 공무에 공용 관용차를 이용하게 되고 또한 이 조처 전까지 공용 관용차를 이용해 오던 부국장급 관리들은 이제 그 혜택마저 없어져서 손수 자기 차를 몰든가 혹은 택시·전차·지하철로 출퇴근해야 할 처지다. 이번 관용차 사용 제한 내지 제외된 국장·부국장 급의 수효는 3백명이 된다고 한다.
매년 「본」 정가를 누비며 굴러다니는 관용 자동차 1년 예산 지출은 l천5백만 「마르크」 (6백만「달러」)나 되며 공무 외에 이들 관용차가 남용되는 예가 생기는 것을 들어 이따금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정부가 이번에 예산 절약 방안 책으로 관용차 사용의 합리화를 기하기 위한 이번 조처가 각의에서 결의된데는 연방 의회 예산 분과 위원회가 이런 결단을 내리도록 건의한 것이 주효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심계원은 현행 운행중인 「본」 관용차 중 60%를 감축하면 1년 동안에 8백50만 「마르크」 (3백50만「달러」)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고 또 35%만 줄여도 하루 3만「마르크」(6백만원)의 납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차량 사용 제한 조처가 단행된 후 몇주일이 지난 지금 「본」관가 주변에서는 국장이 비서와 같은 차를 타고 회의에 참석해야하는 전례가 없던 이변이 생겼다고. 예산 절약하려다가 전통적인 관료 체제가 흐트러지지 않겠는가 하는 일부의 우려와는 대조적으로 막중한 빚을 지고 있는 나라 살림 형편에 승용차 감축만 아니라 다른 예산 집행 과정에서도 철저하게 절약하여 지출을 줄여 나가는 것은 정부가 행해야할 당연한 임무가 아니냐하는 것이 납세자 대부분의 지배적인 공통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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