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굴로 망쳐지는 인류의 문화 유산|「유네스코」서 실태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술 작품·도자기 등 예술품뿐 아니라 수집가들의 개인 소장품인 고대 유물들이 상품으로 거래되고, 이에 따라 일국의 국보급 문화재들까지 해외로 공공연히 밀 반출되고 있는 현상은 오늘날 상업 사회의 보편화된 현상이다. 최근 예술품의 국제간의 거래 문제를 다룬 「유네스코·휘처즈」는 예술적 및 문화사적인 가치가 있는 모든 골동품·미술품·각종 문화재 등이 세계의 변두리 지역에서 부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현상을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10억「달러」를 웃도는 거래고를 보이고 있다.
이들 예술품 및 유물 거래를 위해 세계적 규모의 국제 호리꾼들은 「헬리콥터」를 비롯, 각종 현대 장비를 갖추고 중미 「콜롬비아」의 「정글」에 묻혀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던 고대 유적지를 도굴하기도 하고 「아프리카」에서도 국경을 넘어 고대 조각품들을 운반해 나가고 있다는 것.
또 「터키」에서도 도굴과 밀 반출이 성행하고 있어 지중해의 「터키」 연안에 있는 「이즈미르」 항구는 호리꾼과 밀수꾼들의 천국을 이루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터키」의 한 관계 전문가는 이 항구를 통해 미국으로 반출된 밀수 문화재 등 고대 「터키」의 유물들은 1백만 「달러」는 확실히 넘는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호리꾼들에 의한 거의 해적 행위에 가까운 국제적인 약탈 여행은 서구 암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팔릴 수 있고 이익이 많이 남기 때문이라는 것.
이런 식으로 귀중한 문화재를 빼앗기고 있는 나라들은 제3세계로 불리는 후진국에서 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재 보호를 위한 기금 등 경제적인 여유가 없거나 산악 지역 등 지리적으로 유적지를 관리하기가 어려운 국가 또는 공무원의 부패로 법적인 규제가 실효를 거둘 수 없는 지역의 나라들이다.
최근에는 미국에서조차 미술품 등 문화재의 수출에 대한 정부 통제가 허술하다는 논의가 될 단계에 이르렀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 미술 연구 소장 「윌리엄·브스티크」씨는 이런 예술품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구의 암시장으로 반출하기 위해 이런 문화재의 도굴 및 운반에 따른 문제는 당사국의 물질적인 손실뿐 아니라 도굴 과정에서 유물들이 있었던 유적지의 원형을 알지 못하게 만들어 유물의 연대 추정 등 더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원천을 파괴해 버리는 점도 큰 문제라는 것.
「이집트」 국립 고대 미술 협회 회장인 「가말·모크타르」 박사는 『수년전 단지 1∼2점의 유품들을 외국 상인들에게 넘겨주기 위해 호리꾼들이 고대 무덤을 거의 알아볼 수 없게 파괴해 버린 적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지역의 특정 문화재를 전혀 문화 환경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버린다는 점도 문제점. 즉 이런 문화 유산들을 멀리 외국으로 옮겨 버리면 특정 지역의 문화에 대해 거의 완전한 이해를 할 수 있을 그 지역의 사람들로부터 지식의 원천을 박탈해 버린다는 점도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 자기들의 문화 유산을 빼앗기고 있는 바로 그 사람들이 도굴꾼들에게 오히려 거꾸로 설득 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란」 동북부의 주민들은 이 지역의 고대 유적지의 미술품 등 문화재를 찾아 헐값으로 외국 상인들에게 팔아 넘기고 있다.
이들은 『「이란」의 예술·고고학의 수준이 전 세계에 알려진다』는 호리꾼들의 엉뚱한 부추김에 속아 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굴지의 예술품 정보 업체인 미국의 「소데비즈」상사와 「런던」의 「더·타임스」지가 발행한 목록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예술 작품의 가격은 10∼11배가 뛰었고 시류에 맞는 예술품의 경우 30∼40배나 뛰었다.
이 기간 중의 주식 시세 인상폭이 5배 가량이란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가격 상승이다.
구미의 예술품 가격이 「붐」을 이루기 시작한 것은 1952년 「파리」 경매장에서 「세잔」 작품 『사과와 「비스킷」』이 9만4천2백81「달러」라는 고가에 말리면서부터다.
요즈음은 세계의 새로운 부자들, 즉 중동 지역 산유국이 크게 전출, 앞으로의 예술품 수집의 주요 고객이 될 전망이다. 「유네스코」 문화 유산 부장 「제러드·볼레」씨는 이 같은 예술품 독점 거래 현상을 『슬픈 일』이라고 전제, 『예술품들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도록 제작된 것』임을 누누이 역설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