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언린이 숨지게한 인명경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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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가정부에게 유괴되어 버려진지 한달만에 서울위생병윈에서 영양실조와 이질로 숨진 연경양(생후10개월)사건은 경찰서간의 유기적인 연락부족, 영아원의 보호소홀이 빛은 인명경시의 비극으로 지적되고있다.
연경양은 7월10일 해수욕장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아버지 이문룡씨(49·서울동대문구제기1동160의20)등 가족과 함께 서해안 피서지에 내려갔다 가족들의 꾸중을 들은 데 앙심을 품고 현금 3천5백원을 훔쳐 달아난 가정부 최모양(16)의 등에 업혀 상경, 7월14일 하오4시쯤 동대문고속「버스·터미널」대합실에 버려져 서울동대문경찰서에 기아로 신고 됐었다.
같은날 이씨는 전가족을 동원, 충남서산경찰서와 청량리경찰서에 연경양의 유괴사건을 신고 했으나 경찰에서는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3개 경찰서간에 아무런 통보조차해주지 않아 연경양은 성동구암사동 대한사회복지회 영아임시보호소로 넘겨졌다.
3, 4일 동안 모유조차 먹지 못한데다 뜨거운 불볕속을 업혀다닌 연경양은 이때 이미 신체상의 기능이 쇠약해졌고 영아원에서도 모유외에는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 않아 영양실조에 이질·설사증세까지 겹쳐 7월25일 청량리 서울위생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지난 l2일상오5시 끝내 숨지고 말았다.
그동안 이씨의 장남 성현군(17)이 연경양의 사진을 들고 「홀트」아동복지회·한국사회봉사회·십자군연맹산하의 서울시내 각 영아원을 샅샅이 찾아다녔고 연경양을 보호하고 있던 대한사회복지회 사무실에도 두 번씩이나 다녀갔으나 복지회측에서는 그때마다 그런아이가 없다며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대한사회복지회 영아임시보호소는 5월말까지 서울시에서 양육비를 받아왔으나 그후부터는 사회사업지원자금·해외입양시수수료등 자체수입만으로 21명의 보모가 60여명의 영아를 돌보고 있어 영아들 몸에 이상이 생겨도 대부분 자체의료시설로 치료를 해왔으며 예산부족으로 종합병원등의 입원치료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연경양의 경우는 7월14일 영아원에 들어 올때부터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10일 동안 자체의료시설로 치료를 하다 영양실조·이질 등의 증세가 악화된 25일이 되어서야 서울위생병원에 입원시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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