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층의 가계 보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플레」와 불경기 속에서 농민이나 도시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생계에 커다란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GNP 성장률이 「마이너스」 상태에 있음에 반하여 우리는 계속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올해 1·4분기의 GNP는 전년 동기 대비로 5% 이상이나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계 되었다.
이처럼 이른바 견실한 성장 추세 속에 있는 경제에서 농민과 도시 노동자들의 상대적 지위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되어야 한다.
농가 교역 조건은 지난 4월말 현재 연률 3·6 「포인트」나 악화되었으며, 도시 노동자의 수지 조건도 2·7 「포인트」나 나빠졌다.
게다가 이들 수지 조건 만회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서 앞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이는 요소들로서 이미 확정적인 것만도 적지 않다. 방위세 신설에 따른 세 부담 증가, 재산세 과표 인상에 따른 지방세 부담의 배증, 전기료·수도료·전화료 등 인상, 교육비 부담 증가, 각종 관허 요금의 인상 움직임 등은 모두가 가계 수지를 앞으로 압박할 요인들이다.
이들 요인을 각자의 재현실화나 임금 인상으로 보상해서 적어도 농가 교역 조건의 악화나 도시 가계 수지 압력을 중립화시킬 수 있다면 더 이상의 수지 압박은 회피할 수 있겠으나 그러한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우선 실업률이 6%선을 상회하는 현실에서 GNP가 계속 성장한다 하더라도 임금 인상 요인은 약화되고 있는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소비자 물가가 이미 20%나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가 수지를 충분히 개선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증산을 유전할 만한 수준의 곡가 조정을 단행키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분배 관계나 가격 정책을 전제로 하는 한 농가 수지나 근로자 가계 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여지는 적은 것이며, 때문에 새로운 차원의 문제의식이 제기되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우선 물가 상승의 억제 목표를 고정시킴으로써 불공평하게 특정 계층에게만 물가 정책의 부담을 지우는 모순을 계속 방치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검토해야 하겠다. 물가 억제선을 지키는 것은 좋으나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공평한 부담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는 인정되기 어렵다. 오히려 어려운 때일수록 그 부담은 경제력이 강한 쪽에 더 부상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나, 시장 경제 원리만을 가지고 이 문제를 다룬다면 지금과 같은 반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특별한 보호 정책을 강구함으로써 이들의 생계 안정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GNP가 계속 상주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면 대금과 재산 소득의 분배 비율은 조정될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있다.
그렇다면 업계 스스로가 공금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고려할 시기가 온 것이다. 근자에도 자기 자본 이익률이 50%를 초과하는 기업이 적지 않은 사실을 상기할 때 분배 문제에 대해서 업계가 생각을 고치면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도 대금을 조정해 줄 수 있는 여지는 매우 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