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스마트폰, 현대카드 디자인 입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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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54·사진 오른쪽)과 팬택 이준우 사장이 최근 현대카드 사옥 내 디자인랩에서 브루클린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 현대카드]

카드사와 휴대전화 제조사가 함께 만드는 스마트폰이 내년 출시된다.

 현대카드와 팬택은 최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중 나올 전략 스마트폰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프로젝트 이름은 ‘브루클린’이다. 이를 위해 브랜드 전략과 기술개발 같은 모든 과정을 두 회사가 함께 진행한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팬택의 엔지니어링과 현대카드의 디자인이 만난다”며 “두 회사가 공동으로 차세대 스마트폰을 재해석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론 현대카드가 제품의 외관과 사용자환경(UI) 디자인, 마케팅을 담당한다. 팬택은 연구개발(R&D)과 제품 양산, 이동통신사를 통한 판매 지원 등을 맡는다. 양사는 현대카드 M포인트를 이용한 스마트폰 구입 및 요금 결제와 같은 공동 마케팅도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금융사가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같은 정보기술(IT) 협업을 해온 경우는 있지만 이번처럼 휴대전화 디자인 및 UI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브루클린 프로젝트는 팬택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팬택은 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업체지만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경영부진을 이유로 창업주 박병엽 부회장이 회사를 떠났고, 지난달 두 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번 협업을 통해 삼성과 애플로 나누어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높은 벽을 넘고 새로운 도전을 꾀하겠다는 게 목표다.

 현대카드는 다른 업종과 협업한 경험이 꽤 있다. 기아차 레이를 개조한 ‘마이 택시’는 금융회사로는 세계 최초로 디자인 어워드인 ‘iF 2014’에서 커뮤니케이션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이마트와의 협업으로 고무장갑·수세미와 같은 생필품 브랜드 ‘오이스터’를 만들기도 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과거 공장지대로 낙후됐던 브루클린이 최근 들어 젊음과 예술의 상징으로 부활한 것처럼 이번 프로젝트가 팬택의 새로운 출발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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