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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남성만 병역의무 합헌 결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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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한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일까, 여건을 고려한 합리적 정책일까. 헌법재판소는 이모(22)씨가 병역법 제3조 1항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2011년 중반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병 입영 대상자 처분을 받은 이씨는 남성의 병역의무를 규정한 병역법의 해당 조항이 자신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제한했으며 평등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냈다. 여성의 신체적 능력이 군복무를 이행하지 못할 정도로 떨어지지 않는 만큼 동등하게 병역의무가 부과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씨는 “평균 출산 연령이 점점 높아지면서 군복무와 여성의 출산 사이 상관관계는 점점 약화되고 있다”며 “반면 남성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취업준비를 못하게 돼 큰 불이익을 입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병역의무 부과의 조건으로 ‘성별’을 선택한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일단 신체적 능력 측면에서 남성이 전투에 더욱 적합하다는 점, 여성의 경우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일정 기간은 자녀 양육 때문에 영내생활이나 군사훈련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다. 재판부는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해 남성만을 병역의무자로 정한 입법이 현저히 자의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징병제가 존재하는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나라는 이스라엘 등 극히 일부 국가에 한정된 점도 감안했다. 현실적으로 남녀의 동등한 군복무를 전제로 한 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점, 남성 중심으로 짜인 군 조직체계상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면 상명하복의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희롱 등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이스라엘도 남녀의 복무기간 및 병역 거부 사유를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며 “여성의 전투부대 근무는 이례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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