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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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체로 흐리며 이따금 소나기.』어젯밤에 들은 서울 지방 천기예보였다. 그런지 6시간도 못되어 서울은 집중 호우의 강타를 받았다.
천기예보가 정확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밀한 「레이다」망과 「컴퓨터」를 완비한 미국에서도 천기예보의 적중율은 80%가 못된다.
비가 왜 내리는지에 대한 해답도 사실은 기상학자들이 버리지 못하고 있다.
비가 오리라는 것을 맞힌다 해도 과연 얼마나 내릴지는 거의 예측하기 어렵기도 하다.
지표에서 10「킬로」밖에 있는 공기의 양은 5천3백억t의 1만배나 된다. 그 속에는 0.03%정도의 수증기가 섞여 있다. 이 수증기가 어쩌다가 한알이 0.01㎜정도의 구름이 된다.
이것이 0.2㎜이상의 크기로 부풀어지면 비가 된다고 한다.
정말로 구름잡는 얘기다. 그러니 소나기가 내리겠다고 예보한 것만도 신통한 일이다. 소나기가 얼마나 끔찍한 호우가 될 것인지를 알아맞히기를 바랄 수도 없다.
기상학에서는 비를 가랑비에서 호우에 이르기까지 5종류로 나누는 게 보통이다.
가장 약한 호우는 하루 미우는 하루 강우량이 5㎜ 미만이다. 20㎜까지가 소우, 1백㎜까지가 대우, 그 이상은 호우라 한다.
같은비라도 빗방울 크기며 떨어지는 속도에 따라 다르다.
가랑비의 경우는 보통 빗방울의 직경이 0.15㎜이 속도는 초당 50㎝가 된다. 집중호우나 뇌우의 경우에는 빗방울의 크기가 3m나 되고 속도도 초당 7백㎝가 넘는다.
이런 비가 내릴 때에는 피해도 엄청나게 크다. 하루 강우량이 1백㎜가 넘으면 하천이 범람하기 시작한다. 저지대는 50㎜만 넘어도 침수되는 것이다.
이래서 호우가 염려될 때에는 반드시 주의보를 내리기 마련이다. 서울과 중부지방에는 아침 8시에 주의보가 내렸으며 아침에 연천에 퍼부은 강우량은 196.8㎜나 되는 호우였다. 그러나 사실은 주의보는 내리나마나였다.
오늘 아침 서울 「샐러리맨」들의 출근길은 한시간 이상씩이나 걸렸다. 시내 곳곳에 물이 넘쳐 자동차 길들이 막힌 것이다.
서울에서는 우량이 한시간에 20㎜만 넘어도 길이 몰수된다. 빗물을 흘려보낼 하수도 시설이 불비한 때문이다.
이래서 넘치는 빗물로 「하이웨이」가 난데없는 물바다가 되고 우물이 되는 것이다.
해마다 큰비가 있을 때마다 겪는 일이다. 그리고 해마다 서울의 인구는 늘고 상수도도 늘고 한다. 큰비도 해마다 어김없이 내린다.
변하지 않는 것은 하수도뿐이다. 여기 책임이 있는 사람들의 의식 저조도 비가 오나, 비가 개나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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