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지는 「냉전유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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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주기두(OAS)는 오는 8월초 「트리니다드」에서 열릴 제16차회의에서 11년만에 대「쿠바」봉쇄를 해제할 것 같다. 이것은 지난주부터 「코스타리카」에서 열리고있는 OAS특별회의가 그러한 해제결의안초안에 실질적으로 합의함으로써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과 「쿠바」의 불화는 14년이나 묵은 것이다. 「쿠바」에 공산 「카스트로」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미국은 「쿠바」의 존재를 턱 밑에 붙은 혹처럼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그래서 61년엔 외교관계를 단절했고 또 CIA가 주도한 「쿠바」침공시도등도 있었다.
특히 미국의 젊은 대통령 「존·F·케네디」가 62년10월 「쿠바」에 건설되는 소련「미사일」기지를 막기 위해 「쿠바」해안 무력봉쇄를 선언했을 때는 동서긴장이 극에 달해 금방이라도 핵충돌이 터질것만 같았었다.
만약 OAS가 이번에 대「쿠바」 봉쇄를 해제한다면 그것은 미국과 「쿠바」의 해빙과 함께 동서냉전시대의 마지막 남은 장애중의 하나가 제거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물론 OAS에 의해 해제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당장 미·「쿠바」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절차와 노력이 따라야하긴 하지만 적어도 그 화해를 막아온 장애는 허물어지는 셈이다. 더우기 그 장애물인 「쿠바」봉쇄는 미국자신이 주장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쿠바」 「미사일」위기로 불리는 젊은 대통령의 모험은 「흐루시초프」가 한발 뒤로 물러서는 바람에 가가스로 수습되긴 했지만 결국은 그것이 외고의 차원으로 연장되어 64년7월 OAS에 의한 대「쿠바」 외교·경제봉쇄로 발전했던 것이다.
그러나 「멕시코」같은 나라는 처음부터 OAS의 결의를 무시, 「쿠바」와 관계를 계속해왔고 7O년대에 들어서는 「페루」 「자메이카」 「아르헨티나」등이 속속 「쿠바」와 관계를 맺어 사실상 OAS의 「쿠바」 고립책은 벌써부터 파산상태에 있었다. 「칠레」 「우루과이」 「파라과이」등이 해제안에 반대하고 있지만 「베네쉘라」 「콜롬비아」 「코스타리카」등이 「쿠바」와의 단독복교뜻을 밝히는 등 전체적으로 화해기운이 높아져온데다 OAS를 지금까지 주도해 온 미국도 이미 대세에 따르겠다는 소극성을 보인지 오래다. 「맥거번」상원의원의 최근 「쿠바」방문은, 따라서 「포드」정부와 「카스트로」간의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쿠바」의 고립에 목적을 두었던 봉쇄정책은 성공을 거두지도 못하고 실제로는 OAS만을 약화시켰다. 이제 중남미국가들은 「쿠바」가 좌경혁명을 수출하고 있다고는 더이상 믿지 않으며 만약 사실이라하더라도 그것이 그들의 안보에 위험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결국 턱밑의 조그마한 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거창하게 OAS란 기구까지 동원했던 미국의 봉쇄정책은 11년만에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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