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풍이 판치는 공산월남 「사이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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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월남전역이 공산화된지 2개월 남짓―. 소련의 그림자가 월남「해방투쟁」의 일대후방 기지가 된 「사이공」을 뒤덮기 시작했다. 미국다음으로 새로이 등장하고 있는 소련에 「사이공」시민들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대형「카메라」를 메고 거리를 활보하는 소련기자, 「카메라맨」이나 덥수룩한 수염에 빨간 얼굴의 소련원조선 선원들.
그 숫자가 적지않아 길거리에서도 소련말투를 들을 수 있는데 아직 귀가 선 월남사람들은 뒤를 돌아보기 일쑤다.
출력이 큰 「하노이」방송으로부터 소련어강좌가 흘러나오고 시내를 질주하는 군용차는 녹색의 미군「트럭」이나 「지프」대신 소련제 검은 「트럭」이다.
잇달아 유조선이 「사어공」에 입항하여 소제휘발유도 나오기 시작했다. 「사이공」함락후 한때 휘발유는 1ℓ당 2천6백「피아스타」(약 1천6백원)까지 값이 뛰었으나 간신히 9백 「피아스타」로 내렸다.
휘발유도 미국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가 소련제가 등장, 한통에 2백50「피아스타」(약1백60원)에 팔려 미제가격의 3분의1밖에 안돼 인기가 대단하다.
물자보다도 더욱 깊게 뿌리를 박고있는 것은 소련영화. 국영 「사이공·텔리비젼」은 「사이공」함락후 3일도 되지않아서 「하노이」에서 영화를 직수입하여 소련어 그대로 방영했다.
한결같이 교육과학영화며 어린이를 위한 인형극이 대부분이었다.
국영「사이공·텔리비젼」은 「하노이」에서 온 기술진이고 편집요원도 「모스크바」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많다.
방송기재는 미제품에 미치지 못하는 소련제를 반반씩 쓰고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이공」시민들에게는 「하노이」제 영화가 지나치게 딱딱하다는 것이 솔직한 감상이고 소련제 천연색영화가 오히려 더 인기있는 듯.
그런데도 중국영화는 극영화 『산에서 온 사나이』가 1편 상영된 것 뿐이고 TV영화는 한편도 없다.
무기는 별도로하고 「사이공」거리에서 중국인이나 중국의 원주물자는 보기 드물다.
중공과 비교해서 볼 때 소련은 월남에 활발한 문화공세를 취하고 있음이 분명히 드러나는 현상이다. <외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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