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안보회의 타결의 득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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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럽」 안보협력회의(CSCE)의 성립전망은 이미 진행되어 온 동서화해 정책, 즉 「유럽」의 현상 고정을 「유럽」 전체국가의 의사로써 공식 확정지어 항구적인 평화의 기초를 마련한다는데 뜻이 있다. 「유럽」 안보회의는 소련이 2차대전후의 현실, 즉 독일의 분할을 비롯한 동서구간의 국경선을 확정함으로써 동구의 세력권을 확보하고 서구동맹의 약화를 궁극적 목표로 추진해온 정책이다.
아울러 중·소 대립이 격화하면서 「유럽」에서의 평화공존 체제를 다짐으로써 중공을 비롯한 소련의 「아시아」 정책에 주력을 두려는데서 70년대에 들어서며 적극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유럽」 안보회의의 타결은 소련외교로서는 커다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서방측으로 볼 때는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임했으나 결과적으로 「유럽」 분쟁의 초점인 서「베를린」의 지위안정, 중부구주의 병력삭감, 사상·문화·인간의 자유로운 교류 등의 다짐을 받아냄으로써 장기적인 「유럽」평화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안보회의의 성립이 「유럽」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서구나 소련의 입장에서 볼 때 「유럽」 안보회의가 문제의 종결이라기 보다는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안보회의 성립조건으로 서구측이 강력히 주장하여 소련이 최종단계에 양보한 사상·인적교류 문제에 관해서는 비관과 낙관이 엇갈린다. 이는 궁극적으로 소련을 비롯한 동구제국의 체제를 약화시키는 요소가 되리라는데서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으리라는 의견과 서구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 등이다.
뿐만 아니라 준비협상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루마니아」와 같은 동구국가의 대국의 영향력을 배제하려는 독자적인 움직임 등 소련권 내부 문제 등이 소련의 합의사항 준수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평가의 근거다.
아울러 미국을 비롯한 서구측이 「유럽」 안보회의 소집에 응하는 조건으로 내놓았던 중부구주의 상호병력감축(MBFR)을 비롯한 군사적 「데당트」 촉진에 소련의 압력을 받으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러한 난점을 갖고도 소련은 안보회의 소집 전망이 밝아진데 대해 『희색만면』할 정도로 만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유럽」현상 고정이 소련외교 목표 중 첫 번째 과제였으며 중공을 의식하고 추진해온 「아시아」집단안보체제의 외교공세에 혜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데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또 이는 동서화해를 적극 추진해온 「브레즈네프」 문제의 장기적인 안정이라는 안목에서도 현 소련지도부의 큰 업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유럽」의 평화 「무드」를 고조시킴으로써 「유럽」 주둔 미군의 철수를 촉진하여 장기적으로 NATO 동맹군의 약화를 초래한다는 의도에도 부합한다.
이러한 소련의 의도를 의식하고 서방동맹의 약화를 우려하여 미국이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즉 「포드」 대통령이 일단은 이를 환영하면서도 이 회의의 결과가 자유진영의 지도자로서 미국의 입장이 약화되고 소련진영의 일방적인 승리가 아니라고 주의를 환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서방측의 입장에서 볼 때는 소련의 이러한 외교전략에 몇 가지 유보조항과 반대급부를 박아둠으로써 일방적으로 소련에만 유리한 결과가 되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즉 「유럽」의 현상고정과 국경의 불가침성을 보장하되 『협상에 의해서는 국경의 변경이 가능』하다는 단서를 붙인 것이라든가 사상·인간의 자유왕래 보장을 받아냄으로써 동구권의 궁극적인 체제 약화를 노릴 수 있다는 평가다. <김동수기자>

<전 구주 안보협력회의에의 발자취>
54.10.6 「몰로토프」소련외상, 동서군사 「블록」의 전 구주 안보기구로의 교체제창
55.7.26 「흐루시초프」소련수상, 전 구주 안보기구의 설치를 제안
56.10.23 「헝가리」동란
61.8.12「베를린」의 벽 구축
66.7.8 「바르샤바」조약기구 수뇌회의 「부카레스트」 선언 발표, 전 구주안보회의개최를 호소
68.8.20 「바르샤바」조약기구군, 「체코」무력개입
69.10.30 「바르샤바」 조약기구외상회의, 전 구주 안보회의 70년 전 「헬싱키」개최를 제안
70.8.12 독·소 수뇌 「독·소조약」조인
70.11.25 「핀란드」 전 구주안보회의 준비회의의 개최를 제안
70.12.5 NATO이사회, 「베를린」협정의 체결을 전제로 전 구주 안보회의개최에 찬의표명
72.5.22 「닉슨」미대통령 방소, 미·소간 전 구주 안보회의 개최 합의
72.6.3 4대국 「베를린」 협정조인
72.11.22 「헬싱키」에서 전 구주 안보준비 회의 개막
73.1.31 중부구주상호병력 군비삭감 교섭(MBFR) 「빈」에서 예비교섭개시
73.7.3 전 구주안보회의 외상회의 「헬싱키」서 개막
73.9.l8 전 구주안보회의 제2단계(실무교섭) 「제네바」에서 개막
73.10.30 MBFR 본부교섭 시작
75.7.14 전 구주 안보회의 최종단계 수뇌회의, 7월30일 「헬싱키」에서 개최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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