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인터넷 우회로 뚫어 한류, 중국 르네상스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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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8일 중국 장쑤 위성TV의 오락 프로그램 ‘최강대뇌’에 출연한 김수현. ‘별에서 온 그대’로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사진 왼쪽), ‘상속자들’의 이민호. 웨이보 팔로어수가 2000만 을 돌파했다. 사진은 2013년 1월 중국 패션어워즈에 참석한 모습(오른쪽). [출처 웨이보]

한동안 주춤했던 중국 내 한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류의 가장 큰 시장인 일본이 최근 외교관계 경색 등으로 주춤한 것과 비교되는 양상이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주요 화제로 다뤄지더니, 미국 워싱턴포스트지가 1면에 중국내 ‘별그대’의 인기를 분석해 싣기도 했다.

 최근 중국발 한류는 과거와 달라진 양상도 보인다. 드라마와 K팝에 예능이 가세했다. 인터넷·모바일도 중요한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예능 포맷 수출이 인기 선도=중국의 한류는 2000년대 중·후반 드라마 ‘대장금’ ‘풀하우스’ 이후 수년간 주춤했다. ‘대장금’을 뛰어넘는 인기작이 나오지 않았고 중국 정부는 외국 드라마 수입을 제한하고 나섰다. 프라임타임대(황금시간대) 외국 드라마 방영이 금지되기도 했다.

 이를 다시 불붙인 것은 지난해 한국 예능 리메이크 붐이다. ‘나는 가수다’ ‘슈퍼스타K’ ‘히든 싱어’ ‘아빠 어디가’ 등 한국 예능의 인기 포맷들이 중국에 대거 팔려나갔다. 후난 위성TV에서 방송된 중국판 ‘아빠 어디가’와 ‘나는 가수다’는 평균 4% 시청률로 인기를 끌었다. 40개의 위성채널이 있는 중국에서는 시청률 1%만 넘겨도 큰 성공이다. ‘나는 가수다’는 시즌2 에 들어갔고, ‘아빠 어디가’는 올 여름 시즌2를 시작한다. 독설을 싫어하는 중국 시청자들을 고려해 심사위원들의 덕담을 강조한 ‘슈퍼스타 차이나’도 인기였다.

 특히 ‘아빠 어디가’의 인기가 대단했다. TV에 좀처럼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는 중화권 스타들이 자녀와 함께 나온 점만으로도 화제였다. 인터넷을 통해 한국판 ‘아빠 어디가’를 중국판과 비교 관람한 시청자들은 ‘소황제’로 상징되는 중국 자녀 교육의 문제점, 아빠의 역할 등에 대해 사회적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아빠 어디가’는 모바일 게임이 나왔고 지난 설연휴 개봉된 극장판 ‘아빠 어디가’는 1000억여원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후난 위성TV에서 2013년 방송된 중국판 ‘아빠 어디가(??去??·사진 위)’. 후난 위성TV의 중국판 ‘나는 가수다(我是歌手)’. 시즌2가 방송 중이다.

 ◆드라마의 온라인 공개로 바람=드라마 ‘상속자들’과 ‘별그대’는 TV 아닌 인터넷·모바일로 공개됐다. ‘상속자들’은 지난해 10월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유쿠닷컴)에 공개됐고, 지난달 26일 10억 뷰를 넘어섰다. 방송 전 온라인 판권을 판 ‘별그대’도 8개 사이트에서 방영중이며 9일까지 30억 뷰를 돌파했다. ‘별그대’ 제작사 HB엔터테인먼트측은 “중국에서는 TV 편성이 확정되려면 사전제작으로 완성된 드라마에 대해 심의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온라인 방영부터 추진했다”고 밝혔다.

 두 드라마의 폭발적 인기에 대해서는 로맨스 판타지를 집약하는 한국 로맨스물의 강점이 발휘됐다는 평가다. 강희정 서강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배우들의 캐릭터에 주목했다. “이민호와 김수현은 여성들의 로망을 구현한 완벽한 연인이다. 전지현은 ‘엽기적인 그녀’ 때부터 내숭 없고 주도적인 여성상을 선보였는데 자기 주장 강한 중국 여성들에게 공감을 사고 있다”는 설명이다.

 배우들의 인기도 연일 상한가다. 이민호는 싸이에 이어 국내 연예인으로는 두 번째로 웨이보(중국의 SNS) 2000만 팔로어를 돌파했다. 김수현의 팔로어수도 500만을 넘어섰다.

 ◆중국, 한류의 미래인가=중국 언론들은 한국 드라마·예능의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시사주간지 남도주간(南都周刊)은 한국 방송작가들의 육성 시스템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방송작가협회를 방문·취재할 계획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장쑤 위성TV가 김수현을 ‘최강대뇌’ 1회에 출연시키기 위해 8시간 체류에 10억 원을 쓴 것처럼, 중국은 출연료와 공연이나 행사의 규모 등에서 다른 어느 곳과 비교되지 않는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한류란 측면에서도 중요한 거점”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해외문화 침투에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국 정부의 정책. 지난해 우리의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하는 중국 신문출판광전총국은 해외 방송사에서 1년에 한 프로그램 이상 포맷을 사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만들었다. 우리의 방송 수출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또 ‘아빠 어디가’의 경우처럼 포맷 판매 이후 영화화나 게임 등 부가 수익에 대해서는 손놓고 있는 경우도 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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