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용인종합단지 개발본부에서는 이웃 일본의 선진 영농기술을 습득, 보급하기 위해 많은 젊은 일꾼들을 파견해 왔다. 지난 3월11일부터 3개월간 천엽·기옥·신석·북해도 등지에서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김광두(33·수종개량담당) 이운진(27·양돈담당) 송세태(24·양돈담당)씨로부터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들어봤다. <특별취재반>
▲사회=석달 동안이면 단기「코스」인데 영농기술 학교를 마치고 왔는가.
▲김=진짜 기술을 배우려면 밑바닥에 파고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농장과 목장에서 그곳의 전문가들과 함께 먹고 자면서 똑같이 일하며 3개월을 보냈다.
▲사회=하긴 생생한 체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훨씬 쓸모가 있을테니까. 그래서 우리가 제일 먼저 배워야 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무엇보다도 근면성이다. 나도 여기서는 내로라는 상일꾼이라고 자부해 왔는데 천엽의 경성장미원에서는 두 번이나 코피를 쏟았다.
저들하고 똑같이 일한 것이 나한테는 과로였던 것이다. 도대체 일하는 시간에는 담배 한 모금을 안 피우고 마치 기계같이 일만 한다.
한데 이것이 몸에 배니까 노인들까지도 마찬가지였다. 경성장미원에는 70∼75세의 할머니 5명이 품삯 일을 하고 있었는데 젊은이들하고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이=간부와 막일꾼이 혼연일체가 되어 일하는 것을 보니까 『아하, 잘 살만도 하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침 작업시작 전에 엽차 한잔씩을 놓고 부장으로부터 품삯 일꾼까지 전부가 모여 그날의 일거리를 분담하지만, 일거리가 눈에 띄면 부장이라도 품삯 일꾼을 시키지 않고 직접 해치워 버린다.
▲김=정말 모두다 그렇더군. 신석현신진시 자성장의 화향원에서 원예기술을 배울 때인데 사장 부인이 인부 15명의 밥짓기·세탁 등 뒤치다꺼리를 혼자서 해치우는데는 완전히 놀랐다.
자가용 3대에 하루 매상액이 50∼1백만「엥」이나 되는 부자인데도 가정부조차 안썼다.
▲사회=거 좀 심한거 아닌가.
▲김=글쎄, 보기 나름인데 직접 대해 보니까 존경심이 생기더군. 그리고 우리가 그런 곳만 골라 다녔는지는 몰라도 부지런하고 일거리를 사양하지 않는 점에서는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송=나도 그런걸 느꼈는데 한번은 새벽 5시쯤 비바람이 몰아치니까 목장에서 자던 일꾼들이 사장·부장·일꾼 일을 한꺼번에 해치우더군. 부장이 돼지먹이를 나르거나 밥통 청소하는 것은 예사였고….
▲사회=기술적인 면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는가.
▲이=많았다. 그러나 여기서는 골치 아프게 전문적인 얘기를 늘어놓기보다 기술개발 및 보급과 관련된 얘기를 몇 가지 하고싶다.
우선 이들은 남이 개발한 기술을 열심히 배우려하고 또 이것을 가르쳐 주는데 인색하지가 않았다. 아마도 양돈기술이 어딜 가도 우리보다 앞서있는 것은 이 때문인 것 같았다.
▲송=나도 지엽적인 기술보다 정신 자세를 배워야겠다고 느꼈다.
예컨대 한곳에서는 돼지밥통에다가 철판을 대고 밥통주위를 「시멘트」로 다지는 간단한 장치로 사료값의 50%를 절약하고 있었다.
돼지가 여물을 먹다가 고개를 주억거릴 때 철판이 주둥이 주위의 여물을 밥통에 긁어 넣는 역할을 하고 「시멘트」 바닥에 떨어진 여물도 다시 사용한다는 것이 이 장치의 목적이었다.
한데 농장주인은 이번 가을에 돼지 「쇼」가 열릴 때 이 사실을 전국의 양돈가들에게 알려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절약의 「아이디어」는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도 보급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풍토였다.
▲김=정신적인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은 나도 동감이다.
경성장미원의 암파 과장은 일본서도 이름난 장미원예전문가인데 『장미 가꾸기에서 가장 첫 번째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아주 간단하더군.
『장미의 소리를 들어라』는 거야. 처음엔 아마, 철학적으로 나오시네 하고 가볍게 넘겼었는데 생각할수록 옳은 얘기인 것 같아. 요컨대 정성을 쏟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을 배웠더라도 소용이 없다는게 그분의 주장이었지. 암파 과장은 또 『최고의 거름은 주인의 발짝』이라는 말도 해 주더군.
▲이=양돈 전문가들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돼지가 사람을 따르고 사람이 돼지를 사랑해야 잘 자란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어.
▲사회=배울 점이 그토록 많았으면 배우지 말아야할 점도 있었을 텐데….
▲김=사람이 기계의 부속품처럼 되는 것은 아무래도 끔찍하게 느껴졌다. 아마 이런 것을 가리켜 소외현상이라고 부르는가 보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기계처럼 정확히 열심히 일하는 사이에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겠지만 어쨌든 보기에도 딱했다.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