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골인 직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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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8강전>
○·스웨 9단 ●·박정환 9단

제13보(173~193)=173부터의 선수 활용을 거쳐 179로 달립니다. 이렇게 대마는 살았는데요, 흑이 이런저런 교환을 하지 말고 애당초 179 자리에 달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곳입니다. 맛은 무척 나쁘지만 수는 없었거든요. 그러나 형세가 크게 좋은 흑은 상대의 ‘결정적 한 방’이 두려워 이리 저리 탐색을 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고수 바둑도 ‘초읽기’란 변수를 만나면 흔들립니다. 초읽기에 대마 생사가 겹치면 더 흔들립니다. 그래도 흑은 이기고 있습니다. 상당한 차이라서 걱정할 게 없다고 합니다.

 180 따낸 것은 A의 양단수를 없앤 거지요. 선수네요. 181 받지 않으면 B의 치중 한 방으로 대마는 사망합니다. 스웨 9단은 182부터 아껴뒀던 곳을 결정해 갑니다. 박정환 9단은 앓던 이 빠진 것처럼 시원했을 겁니다. 수가 안 난다고 하지만 실전심리는 그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너무 좋은(?) 나머지 작은 실수가 있었습니다. 191로는 ‘참고도’ 흑1로 먼저 단수하는 게 좋았습니다. 이래야 뒷맛이 남게 됩니다. 실전은 192가 좋은 수로 귀가 개운하게 정리됐습니다. 이 차이가 컸습니다. 이 판은 최후에 좌변 흑진에서 수가 나느냐 마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그때 이 차이가 의미를 띠며 등장하게 되는 거지요. 아무튼 183에 둘 때만 해도 흑 승은 결정적이었습니다. 박정환 9단이 C로 막지 않고 193으로 두텁게 둔 것도 이겼다는 선언과 같았지요. 수만 나지 않으면 이기니까요.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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