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대차 선진화 방안이 나오면서 주판알을 튕기는 주택 임대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상당수 주택 임대 투자자들은 정식으로 사업자(매입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임대 사업을 해왔다. 임대사업자 등록은 의무가 아니고 임대소득도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 임대차 선진화 방안이 시행되면 임대소득이 노출돼 꼼짝없이 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주택 임대 투자자들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사업자 등록을 안 해도 소득세를 물어야 한다면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임대소득을 신고하면 각종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선진화 방안이 시행되면 사업자 등록을 하는 게 미등록 임대보다 대부분 유리할 것으로 내다본다. 사업자 등록을 하면 시중 금리보다 저렴한 대출을 통해 투자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4%이지만 사업자로 등록하면 이보다 싼 주택기금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중소형 주택을 10년간 의무적으로 임대해야 하는 준공공 임대주택사업자는 연 2.7%의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주택산업연구원이 가상실험을 한 결과 사업자 등록을 한 경우가 미등록보다 수익률이 연 0.5% 정도 높게 나왔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로 주택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거나 기존 주택에 대출이 끼어 있다면 사업자 등록을 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이 면제·감면되므로 임대로 쓰는 주택의 수가 많거나 집값이 비싼 서울 강남권 등지에 있다면 사업자 등록을 내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모두 사업자 등록이 유리한 건 아니다. 임대로 사용 중인 주택에 대출이 없거나 집값이 싼 도시형생활주택 등을 갖고 있다면 오히려 소득세를 내더라도 미등록이 유리할 수 있다.
사업자 등록을 하면 소득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 부담이 함께 늘기 때문이다. 가령 3주택 보유자로 임대소득이 연 1500만원인 사람은 지금보다 건강보험료 부담액이 66% 늘어나게 된다. 피부양자(직장이 없는 사람)가 사업자 등록을 내면 안 내던 건강보험료·국민연금을 내야 한다. 즉, 집값 상승 폭이 작은 도시형생활주택 등을 갖고 있다면 사업자 등록을 하더라도 큰 혜택이 없으니 미등록이 나을 수 있는 것이다. 황성욱 다원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는 “소형주택은 종부세 등에 큰 영향이 없고, 임대수익률이 하락하면 준조세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업자 등록을 한다면 일반 매입주택임대사업자와 준공공임대주택사업자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초기 투자자금 등을 고려해야 한다. 준공공임대는 연 2.7%의 저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 있어 대출을 받아 투자한다면 일반 사업자보다 유리하다. 하지만 10년간 임대해야 하고, 최초 임대료를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해야 한다. 2년 뒤엔 임대료를 기존 임대료의 5% 이내에서만 인상할 수 있다. 이남수 신한PB 서초센터 팀장은 “준공공임대는 인센티브가 많은 만큼 임대료 급등 등 시장 상황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