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 자진해체 안 거부하면 북괴 한반도 평화파괴 낙인 불면|민병기<국회의원·공화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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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6월27일자로 UN사무국에 제출된 서방측의「조건부 UNC 자진 해체 안」은 UN에서의 한국문제를 보다 현실적이며 합리적 차원으로 유도하여 오늘의 국제정치 속에 실질문제로 환원·부각하려는 의의를 갖는 것으로 생각된다.
기보된 이 결의안의 골자를 보면 첫째 휴전협정 존속·유지의 필요성에 대해서 북괴·중공 등 직접관계 당사자들의 동의를 요구하고, 이 요구를 수락한다면 76년 1월1일을 기해서 UNC를 해체하고, 둘째로는 UNC사령관의 후계자로 한국군과 미국군의 장교를 임명한다고 되어 있으며, 세째로 이러한 문제의 협의를 위해서 어떠한 장소와 시간에 관련 당사자들(즉 한국·미국·북괴·중공)간에, 그리고 안보리사회이사국 중에서 희망하는 국가대표(예컨대 소련·일본 등)들도 포함하여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예년과 마찬가지로 남북대화의 부활·계속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정부를 비롯한 서방측의 입장에서는 종래 부 터 UNC자체의 존속이라는 문제보다도 실질적으로 휴전체제의 유지- 즉 한반도 휴전선에서의 평화·안전보장의 유지라는 문제가 보다 실질적인 것이었다. 어느 의미에서나 북괴 측으로서는 거추장스럽기 때문에 처음부터 준수할 의사도 없었고, 또한 지난 20여 년을 일관해서 무수한 위반사태가 접종되어 왔고, 더우이 작년에는 공공연하게 무장남침 태세를 갖추고 땅굴까지 파 놓은 현실에서는 휴전체제의 재정비·강화가 보다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평화·안보의 현실적 재정비작업이 어차피 필요하였던 게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의 서방측 결의안은 북괴 측이 종래 주장해 온 UNC 해체 안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포착한 것이라고도 생각된다.
실제에 있어, 아무리 북괴가 강변을 다 하더라도 지금의 한반도 남북관계에서 대안 없는 휴전선 폐기란 어떠한 회원국에서도 납득될 수 없는 일로 믿어진다.
언필칭 북괴는「조선사람의 손으로 조선문제의 해결」을 내세운다. 그렇지만 중공도 당사자가 되어 조인한 현 휴전협정의 조항으로 보아 이번 서방 측 안의 조건인 휴전협정 효력의 존속을 거부하기에는 공산 측 입장이 난처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더우이 중공이나 소련 측으로서는 총회석상 토의에서 대안 없는 휴전체제 폐기를 주장할 수도 없을 뿐더러 동조하기도 어려운 형편인 게 사실이다. 그리고 보면 중립 비동맹 측에서도 금 반의 서방 측 안은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고 생각된다.
하기는 대안으로 되어 있는 조건 즉 미군장교도 아울러 새로운 UNC 후계사령관으로 임명한다는 점이 쟁점이 되겠지만 이는 UNC와 별도로 주한미군의 문제이며 한-미 양국간의 문제로서 제삼자가 운위할 바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물론 비동맹 중립국들이 어느 정도 서방 측 안에 찬성하느냐에 따라(즉 어느 만큼의 표를 우리의 노력으로 획득하게 되느냐에 따라)문제의 향방은 판가름날 것이지만 서방측 조건을 거부한다면 북괴는 한반도의 평화·안전을 파괴하려 든다는 낙인을 모면하기 어렵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기는 이러한 사태를 예지 하였음인지 북괴가 금년 봄 IPU(국제의원연맹)에서 맹랑한 결의안을 내놓았던 것을 상기한다. 즉「한반도의 긴장완화」라는 제목이 붙은 의제를 지난 4월「콜롬보」이사회에 제출하였다가 의제 자체의 채택이 거부되었거니와 의제의 실질내용은 미군철수에 중점을 둔 것이었으면서도 표제에는 이를 일체 표현하지 않은 흉계였던 것이다. 물론 북괴로서는 불변목표가 미군철수에 있거니와, 1차적으로 UNC해체의 조건을 수락하지 않을 수도 없을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자체모순 때문에 금년도 UN총회에서 그리고 이를 전후한 각종 국제회의에서의 북괴 측 동향은 전에 없이 더욱 험악해질 것으로 예상되다.
그러나 어떠한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서방측 안이 총회에서 다수 표로 수락된다면「한국문제」는 사실상 실질당사국들의 문제로 분리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국제정치의 오늘의 현실상황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안전보장이라는 문제는 우리의 노력과 우리의「힘」을 바탕으로 하는 실질적 문제로 새로운 과정을 밟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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