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등불이 되자|임학산 스님<밀양 삼문사 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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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왜 이 세상은 이다지도 어두울까. 부모를 죽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식을 물에 던져 죽이는 사람도 있다. 은행강도·「택시」강도는 늘 꼬리를 물고 남녀부정행위나 사기·협박은 더욱「스케일」이 커지고 추잡해지기만 한다. 또 선량한 국민을 실망시키는 독직사건·파렴치한 불의횡포들! 이런 사건등이 하루도 신문지면에 짜지는 날이 없다.
혹자는 이 정도는 현대사회의 한 단면으로 인정, 그런대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산주의가 이겨 남한까지 불바다를 만드느냐, 자유주의가 이겨 평화통일을 이룩하느냐는 중대한 민족생사를 놓고 대치중인데 우리로서는 이런 어두운 사회의 단면들을 그저 불가피한 현대 사회악으로 받아 둘 수만은 없다.
흔히들 오늘의 한국적 상황을「난국」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안팎으로 처한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하자는「구국」의 소리가 높다. 그러나 오늘의 난국을 이기는데는 어마어마한 집회나 서 위에 앞서 각자가 스스로 마음의 등불을 켜는 일이 앞서야 한다. 마음의 등불을 밝힌다는 것은 곧 이성을 회복, 올바르게 사는 것이다. 부처님은 이 세상의 어둠은「근본무명」이라는 것에서 비롯되는 탐·진·치 삼독으로 인함이라 하셨다.
탐은 그릇되고 지나친 욕심, 진은 이 욕심을 채우기 위한 노여움, 치는 이성을 잃은 어리석음이다. 치
이 세 가지는 남을 몹시 해칠 뿐 아니라 자기도 함께 해치는 무서운 독약과 같다 해서 삼독이라 한 것이다. 또 이것은 온갖 세계전쟁 불씨와 기근과 질병을 가져오고 화재·풍재·수재까지도 초래한다고 했다.
즉 모든 세상의 재화는 인심의 악 업으로 부 터 빚어진다고 하신 것이다. 실로 무서운 것은 인간의 마음씀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탐 대신 보시를, 진 대신 자비를, 치 대신 지혜의 등불을 켜라 하셨다. 보시에는 불질과 정신구제가 있고 자비는 인류애·생명 애를 말한다. 또 이 같은 보시와 자비는 우주의 진리를 바로 깨닫는「지식」에서 나온다. 이것이 바로「등불」이다.
학생이고 공무원이고 군인이고 할 것 없이 국민모두가 이 등불로 서로 자기를 비추고 남도 비추어 대중을 위해 희생한다면 북괴의 위협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 등불을 각자가 켜 들 때 한사람의 등불보다 두 사람의 등불이 밝고 두 사람보다 열 사람의 등불이 더 밝게 되고 전 국민이 다 켤 때 이 등불의 뭉치는 마치 태양과 같은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어둠은 사라지고 밝은 광명만이 우리 가정과 직장과 사회와 온 국가에 충만할 것이다. 또 살인강도·불륜패덕·부정부패도 절로 사라져 인위적 분쟁은 물론 대자연의 법칙까지 감동하여 우리를 재해로부터 지켜 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선업광명의 당 체인 각자 마음의 등불을 스스로 켜는 일이다. 그래서 밝게 켜진 등불을 앞세우고 모든 어둠을 헤쳐 나갈 때 난국은 극복되고 밝은 광명이 전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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