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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기 찬 대화 1시간15분|박대통령, 재미정치학자 52명 접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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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정희 대통령은 20일 하오3시 재미한국인 정치학자 및 한국정치학회 회장단 등 52명을 청와대에서 접견, 다과를 베풀고 1시간15분 동안 환담했다. 다음은 그 줄거리.
▲박대통령=몇 년만에 고국을 방문했습니까.
▲서일로=6년 만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온 학자들 중에는 10년 이상 되는 학자들이 대부분이고 26년이 넘는 학자도 있습니다.
▲이한태(「월리엄」대학 장)=우리 학자들이 미국에서 활약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박대통령=우리나라 두뇌들이 모두 미국에 가 있는 거 군요. 자주 조국을 찾아오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길영환=이번에 대접을 너무 많이 받았습니다. 폐가 지나친 것 같습니다. 5년만에 한 번이라도 귀국해야겠습니다.
▲박대통령=여러분들이 아무리 대접을 받는대도 그 정도로는 끄떡없습니다.
여러분은 관광지와 산업시설을 둘러보았습니까. 경주는 곳곳을 파헤쳐 놓았지요.「달러」를 벌려고 공사를 한창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느 학자=미국에서 번「달러」를 쓰려고 왔는데 너무 대접이 융숭해 쓰지 못했습니다.
▲박대통령=학자들이「달러」가 어디 있겠습니까. (웃음) 이번에 못 쓴「달러」는 다음에 귀국할 때 여비로 쓰고 자주 나와 주어야지요.
▲어느 학자=박봉이라 여비도 꾸어 가지고 왔습니다.
▲정종근=대통령께서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 정치학자들을 보게 되니 감회가 어떠십니까.
▲박대통령=많은 학자들을 보니 국력이 이만큼 커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구라파에 있는 학자들이 지난번 다녀갔는데 국내에서 일하고 있지 않더라도 모두 우리나라의 국력이 아닙니까.
▲안낙영=유대 사람들은 해외에 나가 있으면서도 일생동안 저축한 것을 자기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는 나라를 위해 바친다고 합니다.
우리들도 외국에 나가 있지만 나라가 위기에 놓이면 그렇게 할 결심입니다.
▲정인탁=KIST를 만들어 자연과학 전공학자들을 많이 사랑해 주시고 있는데 사회과학자들을 위해서도 그런 것을 만들어 주십시오.
▲박대통령=정치학자들을 어디다 써먹지요? (폭소)(유 문교장관에게) 사회과학자들을 위한 계획이 없어요?
▲유 문교=없습니다.
▲김운태 교수=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김한경(여·「뉴요크」공립도서관 근무)=「뉴요크」에 한국자료「센터」같은 것을 설치하여 한국에 관한 자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박대통령=여러분들이 대학에 연구소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필요한 서적목록을 보여주시면 그 서적을 보내드리죠. 요즘 북괴에서는 해외에 있는 대표부가 전화 부를 갖다 놓고 언론계·학자 등에게 전화를 걸어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등의 악선전을 하고 있다 죠.
김일성은 해외 홍보 비를 쓰고 싶으면 마음대로 쓰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홍보활동을 하려고 예산을 짜면 야당이 깎고 하여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김한경=북괴에서는 선전책자가 많이 오는데 한국에서는 적게 와 매우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보내 주십시오.
▲박대통령=오신 김에 필요한 것은 모두 가져가십시오.
목록을 써 내놓으시면 전부 드리겠습니다. 책값은 내가 내지요.
▲정종근=법을 어기는 나쁜 사람들을 요즘 많이 잡아가 시원하고 기쁩니다. 앞으로 위장이민이나 외화유출 등을 계속 단속해 주십시오.
▲박대통령=우리나라 안보와 외교문제에 대해 정치학자들이 이만큼 검토·평가할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6·25때는 국방문제와 통일문제에 대해 연구하지 않다가 얻어맞았습니다. 이제는 김일성이가 덤비지만 괜찮을 것입니다.
▲안낙영=기회가 있으면 한국에 나와서 공헌하고 싶어하는 학자가 많습니다. 일할 수 있는 기회와 자리가 없어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대통령=몇 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학자들의 수룰 몰랐습니다. 최 과학기술처장관에게 과학사들로부터 조사를 하도록 했더니 놀랄 만큼 숫자가 많더군요.
▲민병휘=외국인중 한국에 비판적인 사람도 많이 초청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박대통령=그래서 지난번「프레이저」미 하원의원도 초청하지 않았습니까.
(조영환 박사에게) 조 박사는 작년 중공과 북괴를 갔다 왔지요.
그런데 평양을 다녀온 학자들이 또 다시 갈 욕심으로 실정을 글로 쓰지 않는 경향이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만나면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면서도 글로는 실정을 발표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본인학자들도 그래요. 서대숙 박사가 썼더니 그 후 평양방송에서 욕설을 했다 더 군요.
▲김종익=이번 회의에 참석키 위해 귀국할 때 얼마나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를 걱정했습니다.
▲이민우=저도 올 때는 잘못 얘기하다 잡혀가는 일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토론 때에는 아무 제약 없이 얘기했습니다.
▲박대통령=모두가 북괴의 악선전 때문에 그런 인상을 갖게 되는 모양입니다.
▲나필열=이번에 고국에 돌아와 보니 일부 시민들의 생활이 지나치게 사치하고 유흥가가 풍성 대는 것 같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이런 점에 대해서는 자숙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박대통령=공산당은 한마디로 하지 말라면 그것으로 되지만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하기는 어렵지요.
돈이 있는 사람은 술도 마시고 놀라도 다니며 기분도 풀어야지요. 근검절약과 자기생활을 어떻게 조절해 나가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부의 노력도 부족했겠지만 우리를 헐뜯고 욕하는 북괴가 골치 덩이입니다.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의「노바크」기자가 왔 길래 미국이 우리 우방이고 북괴는 우리 적인데 우방신문인「뉴요크·타임스」가 김일성 광고를 크게 내면서 우방을 욕하는 등 악선전을 하게 하고 있는데 우리가「모스크바」에 가서 「프라우다」지에 김일성을 욕하는 광고를 내면 그들이 써 주겠느냐고 물어 보았지요. 소련에 국회의원 같은 것이 있다면 북괴를 욕하는 청문회 같은 것을 열어 달라고 하면 열어 주겠어요. 이런 것이 자유진영의 커다란 손해입니다.
이번 학술회의를 한국과 미국에서 매년 교대로 한 번씩 개최하도록 하시지요. 우리 학자가 미국에 가는 경비는 정부가 지원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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