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 시험 선택으로 … SAT 대폭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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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의 수학능력시험 격인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제도가 2016년부터 큰 폭으로 바뀐다. 시험 주관기관인 칼리지보드(CB)는 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변경 내용을 발표했다.

 우선 2005년부터 추가된 작문(essay) 영역이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비판적 읽기(critical reading)·수학(math)·작문 세 영역에서 각 800점씩 2400점 만점이던 것이 실증적 읽기와 쓰기(evidence-based reading and writing)·수학 두 영역 1600점으로 줄어든다. 작문을 선택할 경우 점수는 별도로 매겨진다. 또 다지선다형 문제에서 오답에 주던 추가 감점은 없앤다. 수험생은 종이 문제지 외에 컴퓨터를 이용해 시험을 볼 수도 있게 된다.

 수학은 출제영역을 줄여 1차 방정식과 함수, 비례와 관련된 문제들이 집중 출제된다. 또 depreciatory(감가적인), membranous(막 모양의) 등 ‘SAT 단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어려운 단어들을 없애고 대학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단어들만 사용한다. 과학·역사·사회 관련 지문 분석이 강화되고 독립선언문이나 권리장전, 마틴 루서 킹의 저작 등 미국 건국과 시민권 관련 지문이 늘어난다.

 칼리지보드는 내년부터 비영리 교육서비스인 ‘칸 아카데미’와 공동으로 온라인 무료 시험 준비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데이비드 콜먼 칼리지보드 최고경영자(CEO)는 “SAT가 우리 고교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더 많은 학생이 시험을 볼 수 있게 하고 고교 교육 내용에 충실하며 문제가 복잡하지 않도록 보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SAT는 1926년 처음 시작돼 미국 대학에 진학하려는 미국과 외국 학생들에게 필수 관문으로 여겨져 왔다. 1년에 6번 치러지는 한국에선 매해 연인원 6000명 정도가 응시했다. 이피멘토스어학원 관계자는 “최고 난이도 단어가 많이 나오는 SAT는 사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점수가 잘 나오는 시험이라 한국 학생들이 고득점을 받았다”며 “2016년부터 학교 수업에만 충실해도 어느 정도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난이도가 조정되면 결과적으로 한국 학생들에게는 불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선 SAT가 고교생들의 평소 학업성적에 비해 대학 수학능력 검증 적합도가 떨어져 SAT 성적을 입학 필수조건에서 제외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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