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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페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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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제학 사전」에도 없는 새로운 경제용어들이 속출하고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세계의 경기후퇴 현상이 빚어낸 용어들이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슬럼플레이션」(Slump-flation) 「인페션」(Infession)등은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 중에서도 「인페션」은 최신판 용어인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통화이론의 세계적 권위인 미국 「예일」대 「로버트·트리핀」(R·Triffin·65)교수가 처음으로 이 말을 사용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후퇴를 뜻하는 「리세션」(Recession)의 합성어. 한마디로 「인플레이션」속의 경기후퇴현상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과 다른 것은 오늘의 경제현상을 「정체」단계를 넘은 「후퇴」로 보고 있는 점이다. 「슬럼플레이션」도 「스태그플레이션」을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 점에서 「인페션」과는 구별된다.
「트리핀」교수는 오늘의 세계적인 경기후퇴를 회복하는 길은 SDR(특별인출권)보다도 더 발전한 세계통화를 창출하고, 그것을 「컨트롤」하는 기구로 「세계중앙은행」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의 세계경제 상황은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왔던 어떤 경제적 난관과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전통적인 시장기능이나 낡은 정책수단으로는 다스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바로 그와 같은 현실이 「경제학사전」에도 없는 신용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해묵은 용어로는 적절한 설명도, 분석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 경기는 호황을 보여주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상황은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불황이 닥치고, 따라서 실업자가 만연하게 되었다. 의사는 병을 알면서도 적절한 약을 쓸 수 없는 최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트리핀」교수는 독립적인 경제정책이 아닌 정치·사회·국제관계를 총괄하는 종합적인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정책은 결국 세계 각 국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 국제협조체제의 개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뜻도 된다.
국제협조체제를 대표하는 것은 역시 통화질서이다. 「트리핀」교수는 현실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SDR를 중심으로 한 신 국제통화질서의 구축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상황은 오히려 역기능을 하고있는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석유파동이후 자원독점현상이 빚어지는가 하면, 국가「에고이즘」은 더욱 드세어지는 것 같다. 다행히도 미국은「유럽」과 무릎을 가까이 하려는데 성의를 갖게 되었다. 「유럽」은 그들대로 연대의식을 높여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럴수록 우리도 세계의 일원으로 선린과 우호관계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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