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는 「낙오 40년」|추자도 일인「오노」씨, 조카들과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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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제주】일제 때인 40여년 전 목공으로 우리 나라에 징용 왔다가 낙오돼 북제주군 추자면 대서리에서 목수 일을 하며 살아온 일본인 「오노·도시오」씨(68·소야민부)가 5일 하오 1시 추자도를 찾아온 조카 소야직휘씨(37·일본 복강현 박다시)와 소야박사씨(34·복강현)·판본명의씨(41·복강현) 등 3명과 극적으로 상봉, 귀국 길에 오르게 됐다.
「오노」씨와 세 조카, 「니시야마」영사는 이날 하오 3시 제주해경이 마련한 경비정을 타고 정든 추자를 떠나 하오 7시쯤 제주에 도착, 제주관광「호텔」에 머무르다가 보낸 7일 낮 KAL편으로 부산으로 출발한다.
「오노」씨는 부산에서 며칠 묵은 뒤 오는 10일∼12일 사이에 귀국할 예정.
5일 하오 제주∼목포간 정기여객선 「가야호」편으로 제주로부터 추자에 도착한 소야직휘씨 등 세 조카는 부두까지 마중 나온 백부를 끌어안으며『얼마나 고생 많으셨습니까』라고 인사하자 벙어리인 「오노」씨는 손짓을 섞어 조카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눈물을 흘렸다. 「오노」씨가 조카들을 맞는 부두에는 「오노」씨가 25년간 몸담아 살아온 집주인 고장규씨(61·추자면 대서리 39) 등 2백여명의 주민들이 몰려 뜨거운 혈육의 상봉을 지켜봤다.
인근에서 「목수아저씨」로 통하는 「오노」씨는 조카들과 함께 부두에서 약 1km떨어진 고씨 집으로 가며 그동안 정들었던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었고 주민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오노」씨 일행이 고씨 집에 도착하자 6명의 일본기자, 국내 보도진, 주민들은 또다시 박수로 이들을 맞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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