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마룻바닥에서도 즐길 수 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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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반인들이 서울 중앙대 체육관에서 제트롤러를 던지며 커롤링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뉴스포츠협회]

넥센 타이어 마케팅팀 류승렬(35) 대리가 지난달 24일 폐막한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종목은 컬링이다. 여자 컬링 대표 선수들이 “괜찮아요, 언니”라며 서로 격려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빙판 위의 체스’라 불리는 컬링에 푹 빠진 류 대리는 직접 체험해 보고 싶었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 문의했지만 “선수들만 사용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장비 가격도 수천만원에 이른다고 해서 결국 포기했다.

 류 대리를 위한 플랜B가 ‘커롤링(컬링+롤링 합성어)’이다. 커롤링은 빙판이 아닌 실내에서도 컬링을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뉴스포츠다. 일본 나고야의 베어링업체 사장 다나카 고이치가 1993년 개발했고, 유럽과 북미에서 인기가 높다.

 커롤링의 경기 방식은 컬링과 비슷하다. 컬링은 4명이 팀을 이뤄 10엔드 동안 스톤을 던져 브러시로 스위핑하고, 하우스 중앙에 더 가까이 더 많이 포진시키면 이긴다. 커롤링은 3명이 팀을 이뤄 5이닝 동안 제트롤러를 밀어 포인트존 안에 더 가까이 모은다. 제트롤러 바닥에 베어링호일이 부착돼 지면 위를 빙판처럼 매끄럽게 달릴 수 있다.

 국내에서 컬링 전용 경기장은 태릉과 의성에만 있다. 양팀에 필요한 스톤 16개 가격은 2880만원(개당 180만원)이고, 브러시는 8개에 120만~320만원(개당 15만~40만원)이다. 각 시·도연맹을 통해 장비를 빌릴 수 있지만 일반인이 즐기기엔 사실상 불가능하다.

 커롤링의 진입 장벽은 훨씬 낮다. 실내에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제트롤러(2㎏) 무게는 스톤(19.96㎏)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경기장 길이(커롤링 14m·컬링 42.07m)도 짧으며, 표적 크기(커롤링 직경 90㎝·컬링 3m66㎝)도 작다. 브러시는 필요 없다.

 커롤링은 팀당 1개씩의 제트롤러를 교대로 투구한다. 양궁 과녁처럼 포인트존 중심으로부터 빨강(3점)·노랑(2점)·파랑(1점) 등 원의 위치별로 득점한다. 스페셜 이닝인 5이닝은 보너스 점수(빨강 6점·노랑 5점·파랑 4점)가 주어져 대역전극이 가능하다. 컬링 경기시간은 3시간에 가깝지만 커롤링은 40분이면 끝난다. 2000년 한국에 커롤링을 도입한 서상옥 한국뉴스포츠협회장은 “컬링에 관심이 있지만 장소와 장비 때문에 망설이는 분들에게 커롤링이 많이 보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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