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겪는 보리쌀 수매 값|인상폭 30%와 20%선의 엇갈린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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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양곡관리특별회계에 대한 관리소홀 때문에 하곡수매가격 등 올해 식량가격정책은 큰 시련을 겪고 있다.
양곡의 원활한 수급과 곡가안정에 안전판 역할을 맡고 있는 양특이 멍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73년, 국제곡물가격이 폭등했을 때부터.
지난 70년, 예산 2백54억 원, 차관 양곡대금 3백억 원 등 총 규모 5백54억 원으로 설치된 양특은 72년까지는 불과 50억 원밖에 잠식되지 않았으나 73년부터는 수입양곡가격이 크게 오름에 따라서 적자가 급격히 증가, 작년 말 현재 1천5백3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양특적자 누적은 곡가정책 운영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이 적자는 줄곧 한은 차입에 의해 임시 충당되었기 때문에 통화증발, 물가상승과 재정부담 과중 등의 부작용을 빚어내는 등 국민경제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뒤에야 비로소 양특적자의 심각성을 실감, 지난 4월에는 정부양곡방출가격을 대폭 올렸다.
그러나 정부양곡가격인상 조정에도 불구하고 양특적자는 올 한해동안 다시 1천5백억 원이나 증가, 연말에 가서는 적자누계 3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따라서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특적자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우게 됐다.
정부의 이 같은 양특적자 해소방침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제1주자는 늦어도『6월초까지는 결정』(정소영 농수산부장관)될 75년산 하곡수매가격.
세계적 식량난이 가중됨에 따라 우리의 경우 보리쌀은 주곡자급계획의 전략 곡 종으로 돼있다.
보리쌀은 쌀 소비절약-혼식을 주도하는 대표적 곡 종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막대한 재정부담에도 불구하고 이중맥가제를 계속실시, 한편으로는 높은 수매가를 통해 증산을 유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 보리쌀을 값싸게 방출, 보리쌀 소비증대를 통해 쌀 소비를 줄여왔다.
쌀 소비대체재이면서 또한 주곡인 보리쌀은 적어도 1천6백만 섬은 생산돼야 자급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올 작황은 작년도의 정부수매가격 30% 인상 등에 힘입어 1천5백만 섬 대의 풍작이 예상되고 있다.
76년 자급계획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내년도 생산량이 적어도 올해보다 1백만 섬은 더 증가돼야 한다.
양특적자 때문에 하곡수매가격이 생산비에도 미달할 경우 내년도 보리쌀 자급계획 달성은 크게 어려워 질 것이 틀림없다.
보리쌀만큼 가격에 민감한 주곡도 없기 때문이다.
73년 하곡수매가격이 전년 비 10%밖에 오르지 않자 74년 보리 수확량은 기상조건도 크게 영향을 미쳤지만 1천2백50만 섬대로 뚝 떨어졌다.
73년까지만 해도 보리쌀은『자가식량용 이외에는 재배를 기피한 곡 종』.
저곡가 정책 때문에 정부수매가격이 생산비에도 미달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비로소 생산비가 보장됐다는 얘긴데 올해 다시 생산비 이상 적정가격을 유지해주지 못할 경우 보리쌀 재배면적은 수익성 높은 경제작물 재배지역으로 바뀔 것이 틀림없다.
농수산부 가을 수매가격을 적어도 작년 수준인 30%선은 인상, 결정해야한다고 주장하고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물가안정과 재정적자해소가 보리쌀 자급보다 우선하고 있어 농수산부의 이 같은 주장이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갈지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물가·재정 양 당국의 주장, 즉『양특 적자는 더 이상 확대할 수 없다』는 방침이 이번 하곡수매가격 결정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경우, 보리쌀 자급계획은 재검토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김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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