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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에 외면 당하는 한국의 종교|이대·원광대생 신앙실태 조사결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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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부분의 젊은 대학생들이 종교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종교적 신념체계도 갖추어져 있으나 현재 한국종교의 체질은 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있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이대 손승희 교수가 8백50명의 이대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한 『이대생의 종교적 신념체계에 관한 연구』와 이리 원광대총학생회가 등교생1천3백62명을 상대로 조사한『대학생의 신앙』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종교와 신앙을 대학생들이 어떻게 이해하며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이 두 조사의 결과는 종교를 무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현대적 분위기 속에서 궁극적 가치나 생에 대한 긍정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과는 달리 신의 존재나 궁극의 가치를 인정하는 종교적 신념 체계가 정립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원광대생의 경우 사후문제에 대해 72.8%가 고민을 해봤고, 절대적인 신의 존재를 믿는 학생이 46.6%나 됐다. 이대생의 경우도 45%가 신의 존재를 긍정했고, 생의 궁극적 가치는 영적 자유와 정신적 행복을 얻는데 있다고 보는 학생이 56%로 나타났다. 또 신을 부정하는 학생은 원대가 20.6%,이대가 28% 였다.
그러나 이같이 종교적 신념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학생들의 종교실태는 이대생은 49%가, 원광대생은 60%가 무종교였다. 종교를 가진 학생 중에는 기독교가 가장 많아 원광대의 경우 49%, 이대는46%가 기독교였고 다음이 불교·천주교의 순이었다.
특히 원광대는 불교 종립 학교이면서도 불교보다는 기독교신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역설적 현상은 현재 우리 나라의 교세를 반영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처럼 많은 학생들이 종교를 가질 수 있는 소양을 갖추었으면서도 그와는 정반대로 무신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현상은 현 한국종교의 체질이 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정의가 결국 승리한다(원광대생·78%)고 믿으며, 역사의 종말과 세계의 본질은 파멸이고 악한 것(이대생·42%)이라고 보면서도 대학생들이 종교를 외면하는 이유는 그 얽매는 형식(34.7%)과 종교계의 부조리현상이(24.8%)싫기 때문이라는 것.
또 이대생의 경우 응답자의 44%가 역사와 자연은 신의 창조물이라고 믿고있지만 영생을 믿는 학생은 22%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역사는 인간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41%)고 보고 또 말세를 부정(41%)하는 학생이 많은 것은 현세 중심적이며 역사창조에 참여하려는 적극적인 학생들의 내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학생들의 신앙태도는 폐쇄적인 오늘의 한국종교 현실과는 달리 아주 개방적이었다.
종교를 가진 학생 중 이대생의 경우 76%, 원광대의 경우 52%가 자기 신앙을 때로는 의심하고 비판도하며 자기 종교만을 고집하지 않는다고 대답, 종교의 본질을 이해하는 태도가 상당히 앞서 있음을 보여주었다.
자기 믿음이나 종교만을 고집하는 배타적인 견해는 각각 16%(이대), 11%(원광대)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의 종교가 젊은이들을 끌어들여 마음의 정착지를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이러한 개방성이 기성종교인들의 배타성과는 전혀 체질을 달리한 채 용합 되지 못하는데도 있는 것 같다.
한편 이들 대학생들이 종교를 갖게된 동기를 보면 원광대생의 경우 70%가 부모·친척·친구 등의 권유에 의해서였고 스스로 종교를 찾은 수는 22%에 불과했다.
또 원광대 조사는 남다른 삶을 영위하거나 인생의 허무감에서 종교의 문을 두드린 학생이 38%인데 비해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거나 종교가 성스러워 보여 신자가 되었다는 학생이 48% 였다.
이 조사 결과는 기성종교가 젊은이들을 포용, 신앙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체질과 얽매는 형식의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해줬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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