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평양 시대의 일본 에고이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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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국「이코너미스트」지는 20세기의 마지막 25년은 일본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남태평양시대」를 의미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보았었다.
이런 유의 전망을 가능케 하는 논거의 주요부분은 주로 물질적 성장잠재력을 척도로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좀더 정밀하고 보다 종합적인 문명비평안으로 승화된 통찰력을 구사하지 않는 한 그 설득력은 결국 제한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일본이 이룩하게 된 물질적 성과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그들이 세계문명의「이니셔티브」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정신 문화적 잠재력도 비례해서 성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국민의 입장에서라기보다는, 적어도 같은 역내의 동남아각국이 보는 오늘의 일본은, 그들이 과시하고 있는 급격한 경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제사회에서 의당 갖추어야할 절제와 금도를 보이는데 지나치게 인색한 것이 아닌가하는 견해를 떨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견해는 주로 일본과의 경제거래 경험에서 얻어지고 있지만, 교역 비중이 매우 큰 우리로서는 일본이 대외거래에서 나타내는 협정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다.
석유파동을 계기로 다시 현재화한 일본의 이기주의는 그들과 무역관계를 가져온 인근 10개국의 무역적자폭을 계속 늘려만 갔다.
우리 나라를 포함한 이들 인국의 대부분이 아직도 공업화과정에 있고, 부존자원도 넉넉지 못해 세계적인 불황과「인플레」의 영향을 크게 받고있는 것은 사실이나, 일본의 대동남아무역보호정책이 더욱 큰 타격을 주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73년만 해도 인근 10개국의 대 일본무역은 전년 비 82% 증가를 기록했으나 74년에는 25% 증가로 크게 후퇴하였고, 무역적자 증가도 적게는 태국의 5천5백만「달러」에서부터 가장 많은 한국의 5억「달러」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이 늘어났음은 이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특히 우리 나라의 대일 무역 수지역조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올해 1·4분기 중 무역역조는 작년 말의 1대 1.89에서 1대 2.89로 대폭 확대됨으로써 일본의 수입억제가 더욱 강화된 감이 없지 않다.
최악의 고비를 넘긴 세계불황과 함께 미국·「유럽」·「캐나다」등에서 서서히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있는데도 유독 일본만은 보다 엄격한 수입규제의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우리가 입고 있는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74년 중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었던「인플레」도 어느 정도 수습되고 서서히「인플레」정책으로 선회하기 시작한 일본이 의연히 보호의 장벽을 낮추지 않고 있음은 지나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당초 약속과는 달리 생사수입「코터」제를 채택하여 국내 양잠농가에 큰 타격을 주었던 일본이 다시 그의 시한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이나, 업계압력을 구실로 끈질기게 요구해오고 있는 섬유류나 다랑어의 수입규제도 이미 여러 차례 그 부당성을 지적한 바 있지만, 우리는 일본이 그들의 경제적 성장에 손색없는 국제거래관행과 금도를 갖추기를 바라는 것이다.
새로운「태평양시대」가 과연 이루어질지는 단언키 어려우나 적어도『「아시아」국가로서의 일본』이 호혜와 협조에 의한 공존이라는 기본이념을 외면한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이는 곧 그들 스스로의 장기적인 국익과도 결부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평화헌법」에 힘입어 국방비부담에 대한 역력 없이 자본축적을 가속화했던 그들로서 오늘과 같은 격변한「아시아」정세 속에서 여전히 아주방위능력 부담을 회피하고 있는 것도 그들의 경제적 이기주의와 결부되어 있다.
미국과 한국 등 자유우방의 피 흘린 희생의 그늘에서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이 역내개도국과의 경제적 협조관계를 보다 호혜적인「베이스」로 확장하는 것만이 그들의 장기적인 국가이익과 국가위신에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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