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꼬스까」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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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포스트·베트남」(월남전후)의 징후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의 재편성문제다. 그것은 가까이는 한반도, 멀리는 만주와 중국대륙 등을 겨냥한 군사적 좌표의 설정과 관련해서 우리의 관심도 자아낸다.
외신은 우선 일본 「사세보」(좌세보)에 있는 미 해군기지를 「요꼬스까」(횡수하)로 옮길 계획이라는 보도를 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해군의 해외활동을 극동, 특히 일본에 집중시키는 의미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지도를 펴보면 「사세보」는 바로 한반도 남단에서 손끝에 닿을 듯한 위치에 있다. 제주도와 부산과는 거의 정삼각형을 이룬다.
그러나 「요꼬스까」는 아득히 떨어져있다. 한반도와 「요꼬스까」사이엔 일본열도가 가로 지르고있으며 어림짐작으로도 해로의 거리가 4배는 더 멀어졌다. 어찌된 영문일까. 더 후퇴를 했다는 뜻일까.
군사전문가들의 평가는 그게 아니다. 「사세보」는 한반도와는 너무 가까운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일단 유사시엔 기지자체가 위협을 받게되며, 그것은 발판이 흔들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말하자면 작전상 뒤로 물러나 앉는다는 뜻이다.
「요꼬스까」는 1877년이래 백년 가까이 일본의 군항으로 크게 이름을 떨치고있는 항구다. 일본은 동경만일대의 요새에 흩어져있는 육군시설과 함께 이 항구를 발판으로 2차대전도 치렀었다. 태평양을 향해 버티고 서있는 진취적인 항구이기도 하다. 「이즈」(이두)반도와 「보오소」(방총)반도가 양옆에 병풍을 두르고있어 군사기지로는 더 없이 적격이다.
일본은 벌써 1백10년 전 여기에 조선소들을 두고 있었다. 1만5천t 「베이스」를 여기 저기에 갖고있으며, 그만한 규모의 신항들이 꾸준히 건설돼 왔었다.
미 해군은 때때로 이 항구에 핵잠수함을 기항시켜 주민들의 저항을 받아왔다.
2차대전후엔 줄곧 미군기지로 이용되고, 자위대도 이곳을 기지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1957년 이후 미 해군은 「사세보」로 기지를 옮겨갔었다.
「요꼬스까」는 특히 수심이 깊어 대형함대를 수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최근엔 산업도시로 발전해서 주로 기계공업단지들이 들어앉아 있지만 일본은 군항의 기능을 유지하려는 듯 해상자위대의 지방총감부와 육상자위대를 여기에 주둔시키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 「요꼬스까」항과 「필리핀」의 「수빅」만을 주축으로 한 양대 기지를 「아시아」의 방위기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지사태는 미국이 「아시아」의 방위좌표 등을 다시 점검해보는 적극적인 계기를 마련해준 점에서도 교훈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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