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일을 맞이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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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불에는 3신불이 있다. 하나는 법신이요, 둘째는 보신이요, 셋째는 화신이다.
이와 같이 삼신불로 분류하여 설명하는 것은 다만 표현방법일 뿐이지 불타의 몸이 셋 있는 것은 아니다.
법신은 사람 사람의 마음 본체를 지적한 것으로 석가의 본신을 나타낸 말이다. 즉 시간·공간이 끊어진(우주가 생기기 전 면목)이 우주의 핵심체를 법신이라고 한다.
보신은 개개인의 뚜렷이 밝은 마음 광명이다. 다시 말해서 법신 자리가 시·공이 끊어진 마음의 분체라면 그 마음의 본체가 드러날 때엔 우주를 삼키고 남는 태양광명보다 더 밝은 마음광명이 나타나는 것을 보신이라고 한다.
화신은 마음의 그림자다.
불타를 역사적인 인물로 볼 때 그 불타는 화신불을 뜻하며 흔히 석가의 대명사로 쓴다.
부처님의 탄신을 지금으로부터 2519년전이니, 3002년전이니, 4000여 년 전이니 하는 등은 모두 화신의 영상을 집착해서 나온 말이다.
법신이 석가의 본체라면 석가는 법신의 영상이다.
앞에 든 삼신불을 달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천상에 달이 하나라면 백천가지의 물그릇에는 백천가지의 달이 나타난다. 그 물그릇에 비친 달의 영상이 화신이라면 우주에 가득 찬 달광명은 보신이요, 천상에 본래 있는 달은 법신이다.
불경의 내용으로 볼 때 팔만대장경 전체가 화신의 소설이고 법망경은 보신의 소설이며 화엄경만이 법신의 소설이다. 그러므로 우주관에 있어서도 삼천대천 세계가 화신의 우주관이며 이십중화장장엄 세계다. 법신의 우주관이다.
이상의 삼신불을 기독교의 삼위일체와 연상해 보면 성부는 법신이고, 성신은 보신이오, 성자는 화신이 된다.
따라서 불타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본다면 물그릇에 비친 달을 보고하는 말이다. 백천가지 물그릇에 비친 달을 보고 참으로 달이 온 것이라고 여긴다면 온 곳이 있으니 가는 곳이 분명히 있을 것이지만, 법신인 본래의 달은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는 것도 없고, 가고 오는 것이 없기 때문에 고금이 없고, 고금이 없기 때문에 피아가 없고, 피아가 없기 때문에 생사가 없다. 진리 면에서 볼 때 불타가 이 세상에 왔다고 보는 사람은 물그릇에 비친 그림자 달을 보고서 본 달로 잘못 인식하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중생이다.
3천년 전 불타가 세상에 출현하여 설산에서 6년간 고행하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49년간 횡야설수야설로 설법하신 후 결론적으로 말씀하시기를 녹야원(설법 시작한 곳)으로부터 발제하(설법 끝마친 곳)에 이르기까지 49년 동안에 일찍이 한 글자로 설한 게 없다고 하신 뜻은 49년간의 설법요지가 시공이 끊어진 사람 사람의 본래 갖춘 천진면목을 가리키신 것이다.
만일 이 불탄의 본지를 삼천만 대중이 낱낱이 이해하고 체득한다면 정신무장은 이보다 더 강할 수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공이 끊어진 법신이라면 시공이 없는데 피아와 생사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왕양명 선생은 출장입상을 했는데 전쟁 때마다 한번도 패배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은 무아의 경지에서 하기 때문에 백전백승이라는 말을 자서전에서 했다.
나아가서 전 세계가 이 불탄의 정신에 계합한다면 천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그대로가 천국일 것이며, 극락을 따로 갈 것 없이 이 세상 그대로가 극락화할 것이다.
그러므로 고가 곰 도니 고를 싫어할 것이 없으며 집(망상)이 곧 무생이니 무슨 망상을 따로 끊을 게 있으랴한 화엄학의 중중무애법계해에서 유희할 것이다. 결국 불탄일의 의의는 불타가 어느 처소든지 어느 시간이든지 출현하지 않음이 없는 진정한 세계가 되는 데에 있는 것이다. 【김탄허 스님<동국대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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