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상업은행 한일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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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은주총 가운데 가장 「스무드」하게 넘어간 것은 한일은.
윤승두 행장의 능란한 사회솜씨 탓도 있었지만 주총「시리즈」의 제일 끝번이어서 총회「스타」들이 기진맥진한 때문.
10시 조흥은, 2시 상업은, 4시 한일은의 빡빡한 「스케줄」이었으므로 매번 비슷한 내용의 발언을 되풀이하는 총회「스타」들로서는 이래저래 김이 빠져버렸던 듯.
심지어 모주주는 발언권을 얻어놓고 별로 할말이 없자 영업보고서의 내용을 닥치는 대로 읽어 엮은 뒤 『토의는 그만하고 표결에 붙이자』고 동의하기도.
금융정상화 바람에 아리송하게된 은행직원들의 시간외근무수당에 대해서는 주주들도 입을 모아서 『줘야한다』고 주장.
상은에서는 A주주가 『사돈의 팔촌도 은행에 근무하는 사람은 없지만 시간외근무수당을 깎는다는 것은 당치않은 처사』라고 임원들을 힐책.
조흥은·한일은에서도 이 문제가 빠지지 않고 거론됐는데 답변에 나선 은행장들은 한결같이 『운영의 묘를 살려 깎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고맙습니다』를 연발.
한일과 조흥에서 정부가 군소주주들의 집중공세를 받았듯이 상은에서는 대주주인 무협이 큰 곤욕.
B주주가 『무협이 약간 양보해서 우리들의 배당률을 1%만 높여주면 당장 감사장을 드리겠다』고 농반 진반의 제의를 하자 참석한 주주들이 일제히 짝짝짝.
한데 정부의 경우에는 이번 유상증자에서 포항종합제철 주식을 현물 출자하는 대신 주가를 시세의 거의 절반 값인 1천8백68원으로 계산해서 그런 대로 생색.
주총「스타」들의 발언 중에는 망언들도 수두룩.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당 행의 규모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터지만….』(상은에서) 『이 나라 땅은 이미 전부 은행에 잡혀있으니까 지금부터는 밖으로 눈을 돌리자.』(한일은에서) 『지금 서울운동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축구대회에는 「유엔」보다 더 많은 회원국을 갖고있는 FIFA회장님이 와 계신데…』(조흥은에서)
5개 시은 주총에서 매번 빠지지 않고 제기된 문제는 재평가차익과 적립금의 자본전입 시기 및 규모. 이에 대해서는 주주들이 잡담을 그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답변에 나선 은행장들도 극히 신중한 자세.
고태진 조흥은행장은 『50억원 정도를 무상 증자할 계획이지만 시기나 방법을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고 꼬리를 달았고 배수곤 상은행장은 『타행 주주들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해서 겨우 등쌀을 모면.
그러나 윤승두 한일은행장만은 『다른 은행보다 반드시 무상주 비율이 많도록 해주겠다』고 시원스레 대답해서 주주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기도. <홍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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