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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판도 호남으로|본사주최 고교야구 총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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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9회 대통령배쟁탈 전국고교야구대회는 광주일고의 첫 패권 쟁취로 한국고교 야구사의 새로운 장을 펼쳤다. 1949년 이후 26년만에 다시 고교야구 정장에 오른 광주일고의 영광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격스러운 것이며 그동안 고교야구가 대구세의 독주에서 호남으로 급선회했다는 점에서도 한국고교 야구의 새 판도를 만든 것이다.
광주일고의 영광은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결승에서 한국고교야구사상 초유의 연속 3타석「홈런」등 대회 8개「홈런」중 5개를 기록했고 「팀」타율도 참가 19개「팀」중 가장 높은 2할8푼8리에 이르고 있으며 「에이스」강만식이 지킨「마운드」도 자책점 0.26으로 가장 적어 우승은 당연한 것이었다.
지난 7일부터 전국 19개 「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예선전 전적을 감안하여 등록「팀」비율제에 의한 출전「팀」을 제한, 명실상부하게 질 높은 대회로 승격시켰던 것이다.
그런데다 다른 대회와는 달리 최초로 대진을 무작위로 추첨, 실력평가의 기회를 부여했던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런 결과는 고교야구사상 처음으로 대회 첫날부터 경기장입구를 폐쇄하는 소동을 빚는 등 이제 까지 없던 유료입장 14만2천명을 포함, 7일 동안 20여만명의 최대인파가 동원되는「팬」들의 절찬을 받았던 것이다. 광주일고의 이현극이 대 보성고 전에서 「굿바이」역전결승「호머」, 그리고 최종일 김윤환이 경북고에 연속 3타석 「홈런」등 한국고교야구의 새로운 기록을 창조하게 됐고 경북고가 대 군산상전에서 9회 말 오태섭이 동점「투런·호머」에다 김종기가 결승「솔로·호머」를 이루는 2개의「홈런」으로 승부를 가름한 「드라마」로 연출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극적 상황 속에서 광주일고가 26년만에 우승이라는 새로운 장과 함께 놀라움을 준 것은 세광고가 창단 20년만에 준결승에 올랐다는 점이다.
이와 반대로 7회 대회 패자이며 항상 우승권에 있던 대구상이 1회전에서 동산고에 3-2로 탈락한 것도 「쇼킹」한 이변이었다.
전국고교 야구의「시즌·오픈」인 이 대회에서 이처럼 예상을 뒤엎은 혼란은 일찍이 없었던 사실이다.
이는 단적으로 참가 19개 「팀」이 실력 평준화되고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경북고의 참패와 대구상의 몰락은 그동안 고교야구의 아성인 대구세가 퇴색해 가고 있다는 입증이며 광주일고 우승과 함께 광주상·군산상 등이 상위권에 진출, 거센 호남세의 돌풍을 예고하고있다.
18「게임」중 「콜드·게임」이 불과 1「게임」이었다는 것도 실력평준화를 말해주고 있는데 1회전에서 탈락한 보성고만이 안타까움을 줬을 뿐 그의 서울세는 가장 많은 7개「팀」. 이 모두 추풍낙엽처럼 탈락했다는 것은 「팀」이 많아 선수분산현상을 빚고 지도자의 연구부족이라고 지적해야할 것 같다.
개인별로 볼 때 강만식(광주일고), 최동원(경남고), 이진우(철도고), 이창호(보성고), 김용남(군산상) 등은 안정된 투수였다.
김윤환, 이현극, 김광석(이상 광주일고), 김성운(군산상), 장성규(경북고), 문호승(철도고), 오덕환(세광고), 우경하, 이선광(경남고) 등은 우수한 타력의 소지를 보여줬다.
올해 나머지 3대회(청룡기·황금사자기·봉황기)에서 계속 위세를 보일 「호남돌풍」에 계속 「팬」들의 가슴이 설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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